해외시장 자금조달 빡빡해질 듯-대우경제연구소

중앙일보

입력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이 종래 선진국과 개도국간 이동에서 선진국간 이동으로 전환됨에 따라 올해 동아시아국가들의 해외시장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우경제연구소는 19일 ‘90년대 세계 자금흐름 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이란 보고서에서 미국 경상수지 적자폭의 기하급수적인 확대와 주가상승에 따른 포트폴리오투자가 활기를 띠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91∼99년6월중 2조1천억달러를 다른 나라에 투자한 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3조5천억달러나 끌어들였다. 이와 함께 90년대 초반 금융자본은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유입됐으나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유럽연합(EU)의 경제통합으로 EU역내 자금흐름이 확대되고 미국으로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지는 등 선진국간 이동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등 동아시아지역은 지난 97년이후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지 적자국으로 전환됐다.

보고서는 향후 수 년간 미국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확대될 경우 국제자금 시장이 한층 불안정해질 것이라면서 동아시아국가들은 특히 해외시장에서 금융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아시아국가들은 올해 차입금 상환압력이 커져 경상수지 흑자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는 98년과 99년(1∼11월)에 자본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함으로써 순 금융자본 유입액이 각각 323억달러, 215억달러에 달했으나 올해는 만기연장 외채의 상환기일이 도래하고 기업들의 해외차입도 쉽지 않아 순유입 규모가 줄어들면서 다시 소폭의 순유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자금부족문제 발생에 대비, 외국인투자 및 해외증권발행 등을 한층 촉진시키는 한편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비한 모니터링 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권고했다.

보고서는 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에 의한 직접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에 M&A 방식에 의한 외국인투자는 전체 외국인투자 155억4천만달러의 14%(21억7천600만달러)에 불과했다며 해외차입을 지양하고 기업의 내부자금 및 국내 증권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을 강화하는 자금조달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서울=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