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말만 나오면 과민반응…오보에 춤춘 환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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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1일 오후 국제 외환시장을 뒤흔든 '위안화 절상설'은 홍콩의 한 언론사 기자의 잘못된 보도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전했다. 무성의한 보도와 잘못된 번역, 속보에만 집착한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의 실수 등이 겹치면서 하루 1조 달러가 거래되는 국제 외환시장이 출렁거린 것이다.

WSJ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홍콩 통신사인 차이나뉴스서비스의 여기자 관샹둥이 쓴 기획기사였다. 금융에 문외한인 그는 홍콩 일간지를 짜깁기해 위안화가 절상되면 홍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7일 중국어로 써 내보냈다.

그는 정보원도 밝히지 않은 채 중국 위안화가 1개월 내 1.26%, 1년 내 6.03% 오를 것이라고 썼다. 이 수치는 홍콩 역외선물환 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선물환 1개월물과 1년물의 가격이었다. 위안화 절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선물환 가격이 현재 가격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관 기자는 선물환의 의미를 모르고 가격 차이만큼 위안화가 절상될 것이라고 쓴 것이다.

문제는 중국 관영인 인민일보 인터넷판이 이 기사를 재택근무 중인 번역가에게 넘겨 영어로 옮기면서 확대됐다. 영어판 기사는 번역 과정에서 '전망' 등의 단어마저 빼버린 채 인민일보 인터넷에 게재됐다.

'위안' '절상' 등의 단어가 인민일보 인터넷에 뜨자 자동 검색 엔진을 가동하고 있던 영국 런던의 블룸버그통신 사무실은 발칵 뒤집혔고 11일 오후 5시1분(한국시간) 1보를 날렸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외환 딜러들은 무조건 달러를 팔고 엔화.싱가포르 달러 등 다른 아시아 통화를 사들였다. JP모건의 추산에 따르면 몇 분 만에 20억 달러 이상이 거래됐다. 10여 분 뒤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드러나자 외환 딜러들은 다시 달러를 사들여야 했다.

WSJ는 "이 해프닝은 위안화 재평가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마나 예민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보도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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