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의 서울 트위터] 구걸 대신 희망 파는 ‘빅이슈’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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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휭” 500원짜리 동전이 다시 날아오더랍니다. “놀리느냐”는 호통과 함께요. 구걸하는 이에게 베푼 호의가 이렇게 돌아오는 순간 친구는 ‘차라리 주지 말 걸’ 하며 후회했답니다. 잔돈이 그것뿐이라 내밀었는데 괜히 욕만 먹었다면서요. 저도 당해본 적 있습니다. 눈길을 피했다가 욕설과 함께 "돈 많잖아”라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죠. 아니나 다를까. 트위터엔 "뒤에서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해서 무섭다” "아무것도 안 줄 때 뒤탈이 있을까 봐 섬뜩하다”는 글이 올라왔지요.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적발된 구걸 건수는 3만2000여 건에 달합니다. 대부분 퇴거 조치하지만, 야박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조심스럽게 한다는 게 담당자들의 말입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 여성·노약자만 노리는 ‘위협적인 구걸’은 분명히 문제가 되는데도 말이죠. 그뿐인가요. 멀쩡해 보이는 젊은이가 구걸할 때, 장애를 흉내 낼 때도 화가 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해결책은 없을까요. 지난 주말 홍대 앞에서 만난 아저씨에게서 희망을 봤습니다. 노숙인에게만 판매권을 줘 재기를 돕는 잡지 ‘빅이슈’를 팔고 계셨죠. 3000원을 주고 샀는데 거의 고함을 치시더라고요. "꼭 재기하겠습니다.” ‘위협적인 구걸’ 보다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고함을 치는 아저씨의 손을 잡고 싶었습니다. “똑똑하게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자”는 트위터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물고기를 쥐여주기보단 잡는 법을 알려주라던 말도요. 그 방법이 꼭 ‘빅이슈’만은 아닐 겁니다. 그들을 도와줄 똑똑한 방법이 생겨날수록 ‘분노의 동전’보다는 ‘재기의 미소’를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임주리 기자

※소소한 제보, 트위터(@ohmaju)에서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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