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공원, 설계 문제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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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제주 4.3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 중인 '4.3평화공원'이 시설물 재배치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설계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제주도는 최근 4.3평화공원 자문위원회 회의를 가진 결과 4.3사료관 전시계획을 비롯 각종 시설물의 배치구도와 운영계획에 허점이 드러나 설계변경 등을 검토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건축.역사.박물관.디자인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4.3사건 당시 은신처를 형상화하고 체험공간으로 활용될 사료관.문화관이 지하테마전시관과 연결돼 있지만 실제로는 방문객의 이동흐름이 고려되지 않아 지하전시관은 관람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문위는 또 공원 진입로에 놓일 높이 1~10m, 길이 158m의 '시간의 벽'은 주변의 기생화산과 조화를 이루도록 높이를 2m 안팎으로 낮추도록 주문했다.

자문위는 4.3사료관 주변 공간과 '시간의 벽' 동쪽 유휴지 등에 대한 활용계획이 없고, 상징조형물 설치공간(2만여평)에 대한 방문객 유인요소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주차장에 조각품 설치계획을 세워 주차기능과 전시기능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 4.3사건 당시 희생자 1만4000여명의 이름을 새길 '각명비'도 이동통로에 놓이게 돼 희생자 추모의 상징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달 중 4.4실무위원회 회의에서 자문위원회 의견을 반영, 설계변경 내용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제주시 봉개동 12만평에 조성 중인 4.3평화공원 안에는 2008년까지 993억원을 투자, 위령비.제단 및 사료.문화.전시관 등 시설이 들어선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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