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공으로 어머니 살해 … 경찰 간부 이례적 3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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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어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대전경찰청 간부 이모씨에게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이씨가 지난 1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어머니를 볼링공으로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존속상해치사)로 구속 기소된 전 대전경찰청 간부 이모(40)씨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25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대전법원 316호 법정. 미결수 수의를 입고 재판정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씨는 연방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이씨는 “어머니가 받을 보험금을 나눠 가지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주신다면 받아 쓸 생각은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또 “어머니가 아프지 않게 다칠 수 있게 하기 위해 수면제를 드렸고, 범행도구로는 볼링공을 선택했다”며 “딱 한 번 내리치려고 볼링공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을 선택했으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될 줄은 몰랐다”며 울먹였다.

 이씨의 이모인 증인 윤모씨는 “촉망받는 경찰 간부이던 조카가 어머니의 (보험사기) 제안에 호응한 것을 얼마나 후회하고 있을지 너무나 안타깝다”며 “가족들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 만큼 선처를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강경 처벌을 주장했다. 검찰은 “조사 결과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볼링공 무게로 봤을 때 피해자의 상태가 심각했고, 사고 당시 바로 병원으로 옮겼더라도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존속살해죄에 준하는 정도로 무겁게 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배심원들의 평결과 선고에 앞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결국 배심원은 10시간이 넘는 재판을 진행한 끝에 이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문정일 부장판사)는 평결서를 통해 “가족들이 이 사건으로 엄청난 물리적·심적인 고통을 받았고,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깊이 뉘우치는 점 등 여러 정황을 봐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할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토론 결과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존속상해치사의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을 규정한 형법에도 불구, 3년형이 선고된 이번 판결은 범행에 고의성이 없었고 당시 피고인의 절박한 상황 등을 배심원과 재판부가 수용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7명의 배심원과 예비배심원 1명 등 모두 8명의 배심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자백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 여부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어떤 형을 선고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전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 중이던 이씨는 1월 21일 대전 서구 탄방동 어머니(68)의 아파트에서 미리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 있던 어머니에게 5~7차례 볼링공을 떨어뜨리는 수법으로 어머니를 출혈 등에 따른 쇼크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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