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기술 격차 5년 … 중국차, 유럽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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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투자한 전기차 제조기업으로 유명한 중국 BYD(比亞迪)가 28일까지 열리는 상하이모터쇼에서 G6 디젤 모델을 중앙 무대에 올려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상하이 AP=연합뉴스]


#1. 17일 오후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 외곽 장양(張楊)로 자동차 거리.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매장이 밀집한 거리는 일요일을 맞아 신차를 사려는 상하이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자동차 매장 중에선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의 자체 브랜드인 로웨 매장이 단연 호화로웠다. 이곳에서는 중국형 중형차인 로웨550이 인기다. 1.8L 가솔린 엔진을 단 모델의 가격은 12만6800~14만9800위안(약 2100만~2500만원).

 #2. “한국과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 간의 신차 개발 및 생산기술 격차는 이제 5년으로 바짝 좁혀졌다. 자동차 신차 개발에 통상 5, 6년 걸린다고 보면 이제는 중국과 한 세대 격차가 된 것이다.” 19일 상하이모터쇼 개막식에서 베이징현대 노재만 사장은 중국 업체의 생산기술 수준이 놀랍게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도 모터쇼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2년 전만 하더라도 양산차만 전시를 했는데 이젠 컨셉트카와 고급차를 무대에 올리는 등 급속하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소형차 위주에서 중형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부가가치가 큰 차량 개발과 판매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형차를 대표하는 상하이차의 로웨는 대도시 중심가에 별도 매장을 만들고 있을 정도다. 세계 최대 규모로 급부상한 상하이모터쇼에서도 중국 토종업체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동안 글로벌 메이커의 신차 발표 위주였지만 올해는 중국 토종업체의 신차 발표장이 됐다. 전기차로 유명한 BYD(比亞迪) 부스에는 인파가 몰렸다. BYD는 클린 디젤 엔진을 단 중형차 G6 디젤 모델을 무대 한가운데 올렸다. 클린 디젤로 유명한 폴크스바겐 등 유럽 메이커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왕촨푸(王傳福) BYD 회장은 “BYD는 전기차를 넘어 친환경차 제작 등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SAIC는 독자 개발한 SUV ‘W5 컨셉트’를 공개했다. 영국 스포츠카 업체인 모리스 게라지스(MG)와 합작해 생산한 스포츠카도 선보였다.

 중국은 2009년 이후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동시에 판매 시장으로 성장했다.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 기준으로 지난해 1826만 대를 생산한 최대 생산국이다. 2위 일본(962만 대)과 3위 미국(776만 대)의 생산대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중국산과 외국산을 합산한 내수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806만 대(중국정부망 기준)가 팔려 2009년(1364만 대)에 이어 2년 연속 최대 판매 시장이 됐다. 그동안 힘을 축적해온 중국산 자체 브랜드도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 토종 브랜드인 SAIC·둥펑(DFM)·이치(FAW)·창안(CAG)·베이징자동차(BAIC) 등 5대 자동차그룹의 지난해 중국 시장 점유율은 70.4%에 달했다. 맥킨지컨설팅의 중국 자동차 담당 컨설턴트인 래리 웡은 “중국에서 자동차 금융 상품만 제대로 뒤받쳐 준다면 연간 15% 수준 이상으로 시장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하이=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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