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의 전립선 이야기] 자전거 타기 좋은 봄날, 하루 3~4시간 이상 타면 탈 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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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사이클을 타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즐겨 타는 남성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5년 넘게 자전거를 즐기던 J씨가 고환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 것은 2년 전쯤이다. 일시적인 통증으로 생각했지만 소변장애까지 오자 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는 만성전립선염. 주말마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다니던 습관이 전립선염 발병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일반인이 주 2∼3회, 30분 이내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하루 3∼4시간씩 타는 것은 비뇨기계 손상을 자초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면 안장에 회음부가 부딪치면서 압박한다. 이렇게 되면 회음부 주변을 지나는 수많은 혈관과 신경이 손상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회음부 혈액순환의 정체, 즉 울혈 현상으로 본다. 회음부 부위에 타박상을 입거나 장기간 압박이 지속되면 골반 저근육이 약해지고, 하복부 혈액순환 장애인 울혈과 근피로가 나타난다.

 회음부 울혈과 근피로는 결국 배뇨괄약근을 비롯한 신장·방광·전립선 등 소변 기능과 관계된 주변 장기의 수축과 이완력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남성에게는 전립선질환, 여성에게는 방광염과 같은 배뇨장애를 유발한다. 또 염증이 계속되면 성기능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장시간 자전거를 즐겨 타는 사람이라면 특수 안장이나 엉덩이에 부착된 전용 팬츠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안장의 각도 또한 수평보다 5도 정도 기울어진 것을 선택한다. 40~50분마다 전립선 주변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준다. 만약 하복부나 고환 부위에 통증이 지속되거나 소변장애를 느낀다면 검사를 받아보자.

 전립선염으로 밝혀졌다면 당분간 자전거 타기를 쉬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때 국소적인 전립선염 치료로는 한계가 있다. 전립선을 비롯한 주변 비장과 간장·신장 기능을 향상시키는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방에선 전립선염에 두 가지 전략을 편다. 소변에 도움을 주는 택사·차전자 같은 한약재로 증상을 가라앉히면서 청열해독에 효능을 지닌 금은화·패장근·어성초 등을 쓴다.

손기정 일중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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