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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해킹 넘어선 고도의 사이버 테러 … 데이터 4억2000만개 복원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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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융감독원 윤보일 부국장과 한상용 수석검사역, 한국은행 김현철 차장(왼쪽부터) 등 특별검사팀이 18일 서울 양재동 농협IT본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원병 농협회장

최원병(65) 농협중앙회장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다. 전산망 복구가 계속 늦어지면서다. 금융회사의 생명인 신뢰도가 떨어지고 잦은 말 바꾸기와 해명에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다.

 농협은 18일 다시 긴 대국민 브리핑을 했다. 14일 최 회장이 대고객 설명과 사과를 한 지 닷새 만이다. 이번엔 최 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재관 전무이사 등 보안담당 임직원들이 총출동해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행사는 예정인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들은 “고객정보 유출은 없다” “보상은 100% 해준다”는 과거 주장을 되풀이했다. 불가항력의 사고였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무는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해킹의 수준을 넘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에 의한 고의적인 사이버 테러였다”고 주장했다. 김유경 농협중앙회 팀장은 “협력업체 소유 노트북 PC에서 내려진 삭제명령이 상당히 치밀하게 계획된 명령어로 고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작성한 명령어의 조합”이라면서 “해당 서버의 파일을 파괴하는 내부 명령어는 엔지니어가 아니면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유출을 위한 ‘복사(copy)’와 같은 명령도 없이 파괴명령만 있었다”며 정보유출 가능성을 부인했다.

  최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농협은 “고객 피해는 100% 보상한다”는 최 회장의 약속은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전산장애로 발생한 연체이자와 이체수수료 등은 민원접수와 관계없이 100% 보상하고 신용불량 정보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삭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속한 보상을 위해 ‘민원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보상 민원 중 50만원 미만은 영업점에서, 50만원 이상은 중앙회에서 심사해 보상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심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민원분쟁조정위를 통해 합의하고, 합의가 안 되면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이 전무는 “이 과정에서 고객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택매매 잔금을 못 주거나 주식계좌 입금시기를 놓쳐 반대매매가 이뤄진 경우엔 인과관계를 따져보고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17일 오후 6시까지 농협에 접수된 고객민원은 모두 31만1000건에 달한다. 이 중 구체적으로 피해 보상을 요구한 경우는 920건이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보상이 이뤄진 건 공공기관이 청구한 2건에 대한 163만원”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거래내역이 확인되지 않아 밀려 있던 7만3500건의 카드 거래대금 577억원을 이날 가맹점에 입금했다.

 카드 거래기록이 사라진 시간대는 ‘12일 오후 4시56분에서 5시30분 사이 34분간’으로 드러났다. 이 시간에 파일이 지워지고 시스템을 끄는 과정에서 “중계서버에 있던 카드 거래기록 원본은 물론 백업본까지 훼손돼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계서버에 임시로 저장 중이던 고객의 결제 내역 등의 정보가 전산망 마비로 본서버에 전달되지 못하고 훼손됐다는 것이다. 중계서버 자체의 백업기능도 ‘모든 파일 삭제 명령’의 영향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본지 18일자 1, 10면> 이에 따라 농협은 사고 직전 주말에 테이프에 담아둔 정기 백업본을 바탕으로 카드결제정보서비스(VAN) 업체 등 외부 자료를 추가해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주일 농협 부장은 외부에서 받아 복원중인 데이터 양이 “4억2000만 개”라고 밝혔다. 한 거래에 많게는 1000여 항목의 데이터가 물려있는 것을 감안하면 확인해야 할 거래 건수가 약 37만여 건에 달하고, 이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나현철·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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