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병아리와 친구 된 수돌이, 컴퓨터게임이 재미없어졌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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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행복한 어린이 농부1~3
 백승권 지금
다산어린이
각 110쪽 내외
각권 1만2000원

쌀이 ‘쌀나무’에 열리는 줄 알고, 달걀은 마트에서 나는 줄 아는 도시 사람들의 필독서다. 1권은 다랑이논(산의 비탈진 땅에 만든 계단식 논)에서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짓는 ‘골안들 다래네 벼농사 이야기’, 2권은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해 배추 농사를 짓는 ‘푸른내 꿈터 아이들의 김치 이야기’다. 3권은 옛날 방식으로 토종닭을 키우는 ‘둥지골 수돌이네 닭 이야기’다. 어린 농부들은 스스로 농사를 지어보고 가축을 돌보면서 농부들의 수고로움과 보람까지 배운다.

 가령 벼농사는 못자리에 뿌릴 볍씨 고르는 법부터 쉽지 않다. 소금물에 볍씨를 쏟아부어 위에 뜨는 놈은 걷어내고, 아래에 가라앉은 튼실한 놈만 골라 찬 물· 뜨거운물에 살짝 담가 건져내 소독을 한다. 소독한 볍씨는 망사 자루에 담아 흐르는 개울물에 이틀간 담갔다가 빼내야 소금기가 걷힌다. 싹 틔워 모판을 만들고 모내기를 하고 김을 매고 논둑을 관리하고 수확해 도정하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옛날 어른들이 다른 건 몰라도 밥 남기는 건 왜 죄악시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실감난다.

 배추 농사는 벼농사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야행성인 거세미 애벌레를 잡기 위해 한밤중에도 밭에 나가야 한다. 거세미 애벌레는 하룻밤 새 어린 배추 하나를 먹어 치울만큼 먹성이 좋단다. 3권의 수돌이는 돌아가신 할머니 대신 어린 병아리 새벽이를 맡아 키운다. 어미가 없어 비실비실 약해진 새벽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지렁이도 잡아 먹이고, 발효 사료도 먹인다. 수돌이는 병아리를 돌보느라 게임 중독에서도 벗어난다.

 책은 농사짓기는 단순히 고된 노동이 아니라는 걸, 생명과 자연을 배워가는 일이라는 걸 찬찬히 이야기한다. 벼농사의 역사, 지렁이의 가치 등의 지식 페이지도 퍽 야물다. 농사의 과정이 자세히 담겨 있어 간단한 유기농법 교본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봇도랑(보에 괸 물을 대거나 빼게 만든 도랑), 둠벙(논에 있는 작은 물웅덩이) 같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곱씹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다. 시리즈는 5권까지 출간될 예정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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