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읽기/위기대처 능력] 연습 또 연습하라, 당신도 클러치맨이 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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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클러치
폴 설리번 지음
박슬라 옮김, 중앙북스
288쪽, 1만3500원

클러치? 종종 듣던 말이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 지금은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 김재현을 일러 클러치 슈터, 클러치 히터라 하지 않았던가. 그럼 이 책은 스포츠 관련서인가? 아니다. ‘심리적 압박을 받는 위기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을 키워주는 자기계발서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기자가 운동선수, 군인, 기업가 등 다양한 인물을 인터뷰하고 이들 사례를 분석해 교훈을 정리했는데 그렇고 그런 실용서로 치부하기엔 아깝다. 생생한 사례가 많아 흥미롭기도 하고 유용하기도 해서다.

1990년대 미국 프로농구 팀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를 이끈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가운데)은 막판 1, 2점 뒤진 경기에서 승부를 뒤집는 슛을 즐긴 클러치 슈터였다. ‘클러치 맨’ 사례를 분석한 『클러치』의 지은이 폴 설리번은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은 클러치 능력은 누구나 계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앙포토]

 결론부터 말하자. 지은이는 ‘클러치 맨’들의 능력이 타고난 것이 아니란다. 클러치는 선천적 능력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능력이어서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계발할 수 있는 ‘기술’이라 주장한다. 다섯 가지 핵심전략을 드는데 문제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 하는 ‘포커싱’, 충동을 억누르는 ‘자제력’,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적응력’,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몰입력’, 두려움과 욕망을 동력으로 삼는 ‘에너지’가 그것이다.

 이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통념에 도전하는 두려움을 발전 동력으로 삼은 사례. 여기선 미국의 유명한 소매체인 홈 디포를 창업한 버니 마커스 이야기가 소개된다. 철물점 체인인 핸디 댄에 다니던 마커스는 1978년 50대의 나이에 실직했다. 결국 자신만의 철물가게를 열기로 했는데 혼자서, 자기 돈으로 사업을 하자니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벌크 제품을 구입해 최저 가격으로 제공하는 창고형 체인점을 ‘겁쟁이 전략’으로 운영해 성공했다. 이는 언제든 망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실수를 바로잡는 데 중점을 둔 전략이다. 예컨대 매장의 일선직원들의 의견을 수시로 듣고 이를 바로 경영에 반영하는 식이다. 그 결과 마커스는 10년도 되지 않아 홈 디포를 상장시켜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다.

 지은이는 주의사항도 일러준다. 책임 회피, 과도한 기대, 자기 과신은 성공적 클러치를 방해한다고 한다. 그 중 하나, 자기만족을 경계하란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정신없이 앞만 보며 달려가던 사람도 자기만족에 젖으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두려움이 ‘나도 즐길 권리가 있어’라는 생각으로 바뀌면 올바른 리더가 금권주의자로 바뀐다며 “들것에 실려 나가게 될 때까지 계속 전진할 겁니다”란 마커스의 말을 소개한다.

 그럼 클러치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수많은 사례를 분석한 지은이는 정신력은 실력을 기반으로 한다며 “오로지 ‘연습’만이 살 길”이라 조언한다. 너무 단순하다고? 진부하다고? 하지만 친선골프에선 싱글 핸디캡인데 시합에만 나가면 압박감에 못 이겨 죽을 쑤는 자신의 경험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는 진솔한 집필동기를 알게 되면 신뢰가 간다.

 적어도 책을 읽는데 투자한 것보다는 얻는 게 많으므로 리더를 꿈꾸지 않더라도 자기 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지 싶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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