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지구촌 논란]"사기극" "유비무환" 네티즌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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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Y2K 과잉대응 논란이 적지 않다.

Y2K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 1조1천억원 등 모두 2조원이라는 뭉칫돈을 쏟아 부었지만 실제로는 경미한 사고만 몇 건 발생하는 데 그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Y2K 과대포장'' 논란이 많다.

"2000년 0시가 되면 원자력발전소가 멈춰서고 전기공급이 끊기고 하늘에는 오발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어디를 둘러봐도 사고는 없다. Y2K는 사기극이다" (유니텔 SCHLOVE) , "미국보다 준비가 훨씬 부족했던 러시아 등에서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우리나라가 1조여원이나 쓴 것은 행정착오다" (채널아이 RYB8756) 등 정부의 과잉대응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미리 대비책을 세워놓지 않았다면 엄청난 손실이 있었을 것" (유니텔 SSMETAL) 이라는 반박도 줄을 잇는다.

정부.기업이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피해가 날 수 있는 대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Y2K문제 해결작업이 국내 정보기술 수준을 한단계 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삼성그룹의 Y2K해결 전담업체인 삼성SDS의 김진구 부장은 "이번 기회에 이제까지 방치해온 각종 전자부품의 자료를 모아 점검해보고 새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가치있는 지식자산으로 만들 수 있었다" 고 설명했다.

삼성의 점검대상 품목은 50만건. 2천6백명의 전문인력을 동원해 모든 전자부품을 분류하고 기능을 일일이 뜯어보는 등의 과정을 통해 부품의 완벽한 지식기반경영체제(KMS) 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金부장은 "수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작업" 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와 대한항공도 각각 7백억원, 1백억원을 썼지만 사내 정보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호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외국기업으로부터 첨단 노하우를 전수받는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통신의 경우 교환기 등의 Y2K 해결을 위해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로지에 지불한 비용 5백억원 등 1천6백억원이 들었지만 "기술 전수에 인색한 미국 업체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교환기 구석구석을 파헤쳐 보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됐다" 고 설명한다.

Y2K 해결을 기회로 이제까지 미뤄왔던 각종 응용소프트웨어를 교체한 것도 또다른 소득.
자동화장비에 대한 국내 유지보수기술이 한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정보통신부 Y2K상황실의 서광현 총괄팀장은 "외국 기업에 의존했던 장비 수리업무 가운데 상당 부분을 국내 기술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고 설명했다.

한편 Y2K 준비과정에서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상술에 ''놀아났다'' 는 지적도 있다.

한양대 전기전자공학부 이인환(李寅煥) 교수는 "자체 점검이 불가능할 때 외국회사에 의뢰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시스템 교체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이민호 전문위원,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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