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거짓말하니 일이 커지지” … 최원병 회장, 전산담당에게 호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3000만 고객에게 큰 불편과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과 임원들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두 번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농협의 말 바꾸기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최 회장의 얼굴은 다소 상기됐다. 최 회장은 “나도 사고 관련 보고를 바로 못 받았다”고 답했다.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실토한 셈이다

 -전체 시스템을 다운시켜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도 왜 처음에 이를 감추고 거짓말을 했나.

 “저도 사고 난 뒤 다른 쪽에서 그 내용을 알고 부속실에 전화해 ‘무슨 소리냐’고 했다. 담당 부장이 전화해서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내일 시스템 문제 없이 해결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 기자들이 당한 것과 똑같다. 앞으로 조사 끝나면 직원이나 용역회사가 잘못했다면 법에 따라 정리하겠다. ”

 농협에 따르면 14일까지 접수된 고객 피해사례는 총 260건이다. 신민섭 금융기획담당 상무는 “장애로 인한 연체료나 수수료 발생은 전액 보상하고, 연체 기록이 생긴 경우 다른 은행 협조를 얻어 기록을 삭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30분쯤 지난 뒤, 최 회장은 전국 조합장 모임 참석차 자리를 먼저 뜨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느냐”는 기자들의 항의에 결국 회견장에 남았다.

 사고 경과에 대해서는 정종순 IT본부분사장과 전태민 시스템부장이 설명했다.

 -고객 정보가 손실되거나 유출됐을 가능성은.

 “고객 정보 유출이나 손상은 전혀 없다. 장애가 난 중계서버는 고객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 또 고객 정보가 손상되는 걸 막기 위해 장애를 감지한 뒤 10분 이내에 모든 통신망을 끊고 전 시스템을 강제로 다운시켰다. 전체 553개 서버 중 협력사 노트북과 연결된 서버는 320대고, 파일이 전부 또는 일부 삭제된 서버가 275대다. 지금까지 165개 서버를 복구했다.”

 -협력사(IBM) 직원 노트북에 입력된 명령어는.

 “모든 파일 삭제 명령이다. 이는 최고의 명령인데, 그 권한을 어떻게 얻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농협 IT본부 직원 중엔 이 명령을 쓸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예 없다. IBM에만 있다. 극소수다. 몇 명인지도 모른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기자회견은 최 회장의 IT 담당 임직원에 대한 호통으로 마무리됐다.

 “분사장, 우리가 숨기고 할 이유가 없다. 부장, (사건 첫날 내가) 당신 전화를 받은 거 같은데, 속이지 말고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지. 자꾸 거짓말 하고 하면 일이 커진다니까.”

한애란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1946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