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원전, 국민 안전과 안심이 먼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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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고리원전 1호기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된 사고는 관계당국자의 말처럼 “두꺼비집이 내려간 정도”로 경미한 사안일 수도 있고, “기침 한 번 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사고로 방사능이 누출되거나 하는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고를 보는 일반 국민의 불안감이다. 과학적 근거와 무관하게 많은 국민이 불안하게 느낀다는 사실 자체는 큰 문제다. 원전은 과학과 경제의 논리만으로 풀어갈 수 없는 중차대한 국가대사다.

 고리원전 1호기 사고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매우 민감한 시기에 터졌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불길한 파장을 끝없이 일으켜 급기야 우리나라도 일본 식품 수입을 중단하기에 이른 비상국면이다. 예측 불가능한 사태 악화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물론 우리 정부까지 국민의 불신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고리원전 사고가 아무리 경미하다 해도 곧바로 후쿠시마라는 최악의 경우를 떠올리게 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고리원전 1호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으로 사고가 잦아 많은 의심을 사왔다. 이번 사고는 2007년 수명을 연장한 이후 첫 사고다. 안전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많은 셈이다.

 관계당국은 ‘혹시’ 하는 불안과 의심을 비과학적이란 이유로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현 시점에서 원전은 불가피하다. 우리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가장 싸고 깨끗한 원자력 에너지를 포기할 수 없다. 그러자면 원전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잃어선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고리 원전 사고가 이어지면서 불안해진 민심을 다독거리고 원전의 필요성을 계속 설득해 나가야 한다. 원전 사고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사후 조치를 강구하고, 무엇보다 그 과정을 국민 앞에 공개해 믿음을 얻어야 한다.

 후쿠시마 이전과 이후 국민의 눈빛이 달라진 만큼 원전 관계자들도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일반 국민의 떨리는 눈높이에 맞춰 지금까지의 기준과 대책을 모두 뒤집어봐야 한다. 원전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국민의 안전(安全)은 물론 안심(安心)까지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