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작년 르노에 로열티 931억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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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르노삼성자동차가 14일 국내영업본부장을 교체했다. 그동안 이 회사는 연초 정기인사를 제외하면 본부장급 인사를 하지 않았던 터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르노삼성은 14일 영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프레데릭 아르토(48) 마케팅 담당 전무를 신규 영업본부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인으로 처음 국내 영업을 맡은 아르토는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 20년 이상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 2008년 한국에 부임했다.

 이번 인사는 최근 르노삼성의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내수시장에서 2만8447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이는 수입차를 포함해 국내 자동차업체 가운데 최대 감소폭이다. 지난해 한국 진출 10년 만에 역대 최고의 실적을 냈지만 겨우 적자를 면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5조1678억원으로 전년도 3조6561억원보다 41% 증가했다. 판매대수도 지난해 27만1481대로 전년도(18만9810대)보다 43% 늘어난 사상 최대치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09년 423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34억원 흑자로 돌아서는 데 그쳤다. 이 회사는 당초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원화 약세에 따라 큰 폭의 흑자를 낼 것으로 봤다. 문제는 주요 부품을 르노-닛산에서 조달해 쓰면서 국산화하지 않은 데 있었다.

 지난해 수출(11만5785대)은 전년 대비 106%나 증가했다. 유럽 물량이 70%가 넘어 유로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예상됐다. 그러나 수출차의 엔진 주요 부품과 자동변속기 전부를 일본에서 들여오면서 역으로 엔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을 봤다. 로열티 지급도 급증했다. 지난해 르노-닛산에 지급한 기술 사용료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모기업인 르노에 931억원, 닛산 210억원에 달했다.

 유진증권 박상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르노삼성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르노그룹의 생산 하청기지 역할을 충실히 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역대 최고의 실적이어서 종업원들이 특별성과급을 기대했는데 부품 수입에 따른 환차손이 증가하면서 겨우 적자를 면했다”며 “15년째 그대로인 부산공장 생산 규모가 확장돼야 순차적으로 부품 국산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기 여파를 딛고 회생한 한국GM은 지난해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 회사는 르노삼성과 달리 엔진·변속기 등 주요 부품의 97% 이상을 국산화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12조5900억원으로 2001년 한국 진출 후 역대 최고치다. 당기순이익도 2009년 3437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5855억원의 흑자를 냈다. 경상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수출 호조에다 원화가치가 안정된 결과다. 2008년 1달러당 900원대에 환·헤지로 묶어 놨던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대폭 줄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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