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지구촌 논란]일부 전문가 호들갑에 거액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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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 타임스 1월4일자 사설

Y2K라고도 불렸던 밀레니엄 버그는 어마어마한 비용만 잡아먹은 채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게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4천억달러(약 4백60조원)는 영국의 새로운 명물 밀레니엄돔을 3백50개나 건설할 수 있는 비용이며 최빈국들의 부채를 완전 탕감하고도 남는 돈이다.

온갖 암울한 예언에도 불구하고 어느 문명국에서도 대재앙은 발생하지 않았다.

주식시장과 항공시스템.군사시설 등은 최악의 Y2K 재난이 우려됐던 국가들에서조차 거의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밀레니엄으로의 성공적 전환은 문제 발생을 사전 예측하고 그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일 수도 있다.

정부나 기업의 컴퓨터가 오늘을 1900년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 실제로 대혼란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재앙이 발생하지 않은 점과 사소한 문제가 일어났더라도 곧바로 정상화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부 국가들이 컴퓨터 전문가들의 호들갑을 너무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을 어떻게 알아 볼 수 있을까. 그것은 미국이나 영국 등 Y2K 해결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국가들과 이탈리아처럼 Y2K 경고에 비교적 둔감하게 대처했던 국가들 간에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재앙이 예견됐던 개발도상국의 컴퓨터에서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본다면 정말로 돈이 쓸데 없는 곳에 쓰여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영국 감사원은 이제 일거리 하나를 떠안게 됐다.
Y2K 해결을 위해 엄청난 돈이 들었다.

그것이 제대로 쓰여진 것인지, 아닌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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