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수술한 뒤 재활 받아야 100% 기능 … 힘없는 노인도 맞춤재활운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2030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 인구의 24.3%가 된다. 한쪽에서는 수명연장의 꿈이 이뤄질 거라며 기뻐하지만 한쪽에서는 ‘100세 쇼크’ 시대가 온다며 두려워한다. 수명이 20~30년 늘어도 ‘골골 30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대한노인재활의학회는 이런 고민을 안고 창립됐다. 병들고 지친 노년이 아니라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노년을 위해 다친 몸을 리모델링하고 녹슨 몸은 다시 기름칠하는 것이 노인재활의학이라는 것이다. 학회창립 발기인이자 현재 학회장인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한태륜 교수(사진)를 만났다.

-노인재활이 가장 필요한 부위는.

“근육·관절 부위가 가장 많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빨리 기능이 떨어지는 곳이 이들 부위다. 재활의학과에서는 근육과 관절 기능 저하로 팔과 다리가 불편한 노인의 회복을 돕는다. 관절수술을 한 뒤에도 재활을 거치지 않으면 자신의 기능을 절반 정도만 되찾는 데 그친다.

뇌졸중이나 파킨슨 등 뇌질환 재활 환자도 많다. 똑같이 마비 증상이 와도 적절한 시기에 재활치료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에 따라 팔·다리 사용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최근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심장질환으로 생기는 호흡곤란을 줄이는 심장재활·폐기능재활 환자도 늘고 있다.”

 -노인재활은 왜 중요한가.

“재활의학이 국내 도입된 지 내년이면 40년이 된다. 노인 인구가 늘면 노인 재활이 더 중요해진다. 질병 치료 후 본래 가지고 있던 기능을 100% 가깝게 끌어올리는 치료까지 마쳐야 완전한 치료다. 예를 들어 폐렴으로 오래 침상에 있던 환자가 폐렴이 완치됐다고 바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떨어진 기능들을 빠른 시일 내에 돌려 놓는 재활치료까지 받아야 완전한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수술 뒤, 또는 질병을 앓은 후 본래 기능의 절반만 되찾을 것이냐, 100%에 가까운 본래 기능을 되찾을 것이냐는 재활치료 여부에 달렸다.”

 -질병이 없는 노인도 재활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데.

“노쇠증후군이 문제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1년에 5㎏ 이상 빠진 경우, 팔걸이를 잡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5회 이상 계속 하기 어려운 경우, 또 1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체력이 저하됐다면 노쇠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특별한 질병은 없지만 삶이 무기력하고 아무 일도 하기 싫어진다. 2차 질병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80세 이상을 20년 동안 이런 상태로 산다고 가정해 보라. 최근 대한노인재활의학회에서는 이런 노쇠증후군 환자의 삶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한 맞춤운동 및 영양처방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노인재활기구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일반 헬스클럽에서 사용하는 기구로도 운동을 시킨다. 그러나 관절의 각도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 러닝머신(등속성 운동기구) 등의 특수한 기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은 주로 외형을 가꾸고 단련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재활운동은 몸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다. 최근에는 재활 로봇도 많이 발달돼 로봇이 팔과 다리 운동을 시켜주기도 한다. 가상현실 재활프로그램도 개발되고 있다. 미리 설정된 가상 현실 속에서 환자가 재활운동을 하는 것이다.”

 -노인재활의학회의 방향은.

“제대로 된 재활치료 시설이 많이 부족하다. 재활전문병원 인증제도 등을 도입해 환자가 좋은 재활시설에서 양질의 치료를 받도록 노력 하겠다. 노인재활분야 전문의도 양성해 국민이 수준 높은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배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