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내달 첫 경제총조사 … ‘사업 정보의 바다’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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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인실
통계청장

환율 덕이 크다고는 하지만 국민소득이 2010년 기준으로 3년 만에 다시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인구 2000만 명 이상인 국가 중에서는 세계 10위다. 어려운 국내외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이익의 대기업 쏠림 현상과 양극화 심화는 여전히 걱정스럽다. 국민소득 증가와 경기회복의 훈풍은 서민에게는 너무 먼 곳의 얘기다. 그들은 아직도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밀리어네어푸어 등 각종 ‘푸어 시리즈’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푸어’ 현상의 한가운데 영세 자영업자가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를 보면 한국의 자영업 종사자는 2005년 767만 명을 정점으로 2010년 현재 686만 명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30%(2009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7%(2008년)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한국의 자영업자는 주로 외식업 등 영세 업종에 편중돼 있고 고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업은 드물다. 음식점의 경우 인구 약 120명당 한 개꼴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업 안정성도 문제다. 통계청이 내놓은 ‘2004~2009년 사업체 생성·소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매년 새로 문을 연 업체가 3년 이상 계속 영업을 하는 경우는 전체의 45%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의 신규 점포들이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자영업자의 34%는 국민연금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의 취약계층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문제는 사회안전망이라는 차원에서 그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통계청이 오는 5월 24일부터 한 달간 실시하는 경제총조사도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전체 서비스업의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경제총조사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 대한 고용·생산·투입 등에 관한 산업구조와 경영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사업체를 동일 시점에 통일된 기준으로 조사하는 경제분야 최초의 총조사다.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5년마다 주기적으로 실시된다. 올해는 약 330만 개의 모든 사업체가 조사대상이며 조사기간은 5월 23일부터 6월 24일까지 33일간이다. 잠정 조사결과는 올해 12월에, 최종 결과는 내년 7월에 발표된다.

 통계청이 블루슈머와 히트상품 등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성공한 비즈니스의 경우에는 통계를 활용해 트렌드를 분석하고 틈새를 찾아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통계를 활용할 줄 알면 경쟁에서 남들보다 한발 앞선 출발선에 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것이다. 경제총조사가 마무리되면 우리나라 산업구조 전반에 걸쳐 양질의 통계가 다량 생산될 것이다. 이 통계가 창업자와 자영업자 등 모든 비즈니스 종사자들의 경쟁력 확보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가 국민들의 성원으로 세계가 놀랄 정도로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이번에도 대한민국 모든 사업체의 적극적인 협조로 또 한번의 성공적인 조사로 마무리될 것으로 믿는다.

이인실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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