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동부, 애간장 녹인 한집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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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동부 선수들이 8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KT에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58-57. 단 한 점 차 승리지만 그 무게는 컸다. 동부 선수들은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마치 우승한 것처럼 벤치에서 뛰어나와서 펄쩍펄쩍 뛰었다. 동부가 8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KT를 58-57로 이기고 1패 뒤 2연승을 거뒀다. 동부는 1승만 보태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왜 3차전이 중요한가는 기록이 말해준다.

 역대 프로농구 4강 PO에서 3차전을 이긴 팀이 챔프전에 오를 확률은 82.1%(28차례 중 23차례)다. 1차전 승리팀이 챔프전에 오를 확률(78.6%)보다 높다. 오죽했으면 4쿼터 종료 2분 전 KT가 49-53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부른 전창진 KT 감독은 “오늘 지면 끝이야. 정규리그 54경기 잘 하고 오늘 한 경기 지면 끝나는 거라고”라며 선수들을 다그쳤다. KT는 정규리그 우승팀이고, 동부는 4위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숨막히는 수비전이었다. 동부의 야투성공률은 38.3%, KT는 38.9%에 불과했다. 두 팀 합산 115점은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양팀 합산 최소득점 신기록(종전 117점·2001~2002 시즌 4강 PO 5차전 SK-KCC)이다.

 동부는 로드 벤슨(22점·8리바운드)이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동부는 이날 KT의 찰스 로드(6점·8리바운드·3블록)에게 번번이 골밑을 내주면서 4쿼터 중반까지도 1~2점 차로 끌려다녔다. 동부는 윤호영이 4쿼터에 5반칙으로 물러난 데다 김주성(12점·8도움)과 박지현(9점)이 각각 4반칙을 기록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벤슨이 4쿼터 6분33초에 로드의 공격자 파울을 유도해낸 게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벤슨은 덩크슛 5개를 꽂아넣으며 감정 기복이 심한 로드를 자극했다. 그러자 로드는 골밑 공격을 하면서 자리를 잡고 서있던 벤슨을 어깨로 거세게 밀었고, 공격자 파울을 선언당해 5반칙으로 물러났다.

 마지막 순간에도 벤슨의 골 결정력이 빛났다. 벤슨은 종료 2.3초 전 골밑슛을 성공시켜 58-57을 만들었다.

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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