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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지식인 1000명 통일 주역으로 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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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착과 지원의 대상이었던 국내 탈북자들이 통일의 주역으로 당당히 첫걸음을 내딛는 프로젝트입니다.”

 탈북자 출신 ‘인텔리 군단 1000명 양성’을 기치로 8일 첫 준비위 회의를 열어 탈북지도자 아카데미를 출범시킨 안찬일(57·사진)씨는 “북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탈북자들이 북한 민주화와 통일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 1호박사’인 안씨는 그동안 국내외 탈북자를 아우르는 세계북한인총연맹의 총재를 맡아 통일 과정과 북한 재건사업에서의 탈북자 역할을 고민해왔다. 그는 “통일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 나서고 지역·계급 갈등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탈북자와 그 단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세계북한인총연맹이 한반도미래재단(이사장 구천서), 중앙대학교 민족통일연구소(소장 이조원)와 손잡고 추진하는 이 아카데미는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다. 통일 이후 나타날 문제점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북한사회 통합론’과 군수경제 중심의 북한을 민간경제 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군수경제의 민영화 방안’ 등의 강좌를 두고 있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4개월 간 진행될 교육과정은 한 기수당 20~25명을 선발하며 오는 21일 1기 수강생을 대상으로 첫 강의가 진행된다. 강사진에는 김일성대학에서 유학을 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정보센터 소장, 김영수 서강대 교수 등 북한 관련 전문가와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장을 비롯한 탈북인사 등 30여 명이 포함됐다.

 강의를 마칠 8월에는 독일과 베트남·예멘 등 분단과 통합의 경험이 있는 국가를 직접 방문한다. 수강신청자가 넘쳐 9월 시작할 2기생도 거의 채웠다. 통일부도 탈북지도자 아카데미의 필요성에 공감해 2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안씨는 “통일부의 지원은 탈북자를 핵심적인 통일 대안세력으로 인정해달라는 그동안의 주장을 정부가 처음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79년 군 복무 중 휴전선을 넘어 귀순한 안씨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에서 북한 주체사상 연구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가정보원에서 북한 정보분석을 담당하는 전문위원으로 일했고 뉴욕 컬럼비아대 교환교수를 지냈다. 지난해에는 북한 연구 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주창하며 세계북한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안씨는 “김정일 체제와 후계자 김정은에게 언제 급변사태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2만 명이 넘는 국내 탈북자들을 대표할 ‘인텔리군단’을 통일일꾼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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