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 물가연동국채 눈에 띄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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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물가가 치솟고 있다. 국제 기름값이 급등하고, 농산물 값 등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한다며 각국이 푼 돈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3월 물가상승률은 올해 목표인 3%대를 크게 웃돌아 4.7%를 기록했다. 물가가 올라 팍팍해지는 건 살림살이만이 아니다. 금융자산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을 전략이 필요한 때다.

 우선 물가연동국채가 관심을 끈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오를수록 원금과 이자가 늘어나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만기 때 원금이 늘어난 부분에 대해 비과세 혜택도 있다. 물가연동국채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이런 국채를 편입하는 펀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 PCA운용의 ‘PCA 물가따라잡기’는 물가연동국채 비중을 조정해 물가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의 하락을 막아준다.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의 ‘현대글로벌인플레이션연계채권펀드’는 미국의 물가연동채에 투자하는 펀드다. 국고채 금리나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도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변동성에 대비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유가 상승을 겨냥한 ‘역발상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석진 연구원은 “민주화 사태 등으로 중동 지역의 증시가 급락했지만 유가 강세는 결국 원유 수출액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중동 기업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는 기회를 노릴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동유럽에서 민주화와 시장 개방 이후 이 지역의 증시가 급등했던 점을 떠올리며 긴 안목으로 중동 지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는 물가 상승의 주범이지만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피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투자처다.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실물 자산인 탓에 물가가 오르면 함께 가격이 오른다. 화폐 가치가 축나는 위험을 막아준다.

 원자재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춘 펀드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인플레따라잡기’는 인플레이션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자산주와 원자재 관련주를 70% 이상 편입한다. 자산주로는 부동산 보유 비중이 큰 기업을 넣었다. 원자재 관련주는 소재와 에너지, 자원 관련 종목을 포함한다.

 원자재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하거나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가지가지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커머더티’ 펀드는 농산물이나 축산물, 광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에너지(44%)와 곡물(20%) 투자 비중이 크다. ‘JP모간천연자원’ 펀드는 금과 석유·가스 등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원유 등 원자재 기업의 비중이 큰 러시아 펀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주식처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수 있다.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르는 재미도 커졌다. 금과 원유, 농산물과 금속 등 실물상품에 투자하는 ETF부터 원유나 농산물, 금 선물에 투자하는 ETF까지 나와 있다.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도 원자재에 투자하는 방법 중 하나다. 금이나 서부텍사스유(WTI), 니켈·백금 등 비철금속, 농산물까지 기초자산의 폭이 넓다. 이석진 연구원은 “고유가로 에탄올 등 대체연료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설탕이 인플레이션 시기의 수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의 작황에 따라 설탕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원자재의 경우 변동성이 큰 만큼 원금 보장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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