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규모 경제특구 … 중국 충칭 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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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보시라이(左), 조환익 사장(右)

“충칭(重慶)시는 후난성 같은 인근 지역과 합치면 3억 명의 인구를 보유한 엄청난 내륙 소비시장입니다.”

 7일 KOTRA의 100번째 해외무역관인 중국 충칭시 무역관 개소식에 참석한 조환익 KOTRA 사장은 중국 내륙지방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충칭시는 지난해 1~9월 사이 17.1%의 엄청난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최근 9년간 연 10% 이상 성장하며 급속히 발전했다. 청두·시안과 함께 중국 서부경제 중심축으로 발돋움한 이곳에는 현재 서울시 규모의 경제특구인 ‘양강신구(兩江新區)’가 조성되고 있다. 조 사장은 국내 기업이 충칭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선 낮은 임금 수준을 들었다. 조 사장은 “충칭시는 광저우 등 중국 연안 지방 임금 수준의 40% 정도”라며 “연안 지방은 임금이 계속 오르고 규제 완화 혜택도 사라져가고 있지만 충칭시는 각종 지원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안 지방에서 점차 약화되는 한류 바람이 내륙지방에서는 여전히 거센 점도 한국 기업에는 매력적 요소다.

 내륙 개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충칭시 최고 책임자 격인 보시라이(薄熙來·박희래) 당서기의 한국 사랑도 장점이다. 중국 정부는 도시·농촌 간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서부대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정점에 있는 보시라이 당서기는 자신의 정치적 승부를 걸고 양강신구를 조성하며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조 사장은 “보시라이 당서기는 1995년 KOTRA 본사를 방문했을 만큼 대표적인 친한파이자 중국 고위층에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그는 양강신구에 대규모 한·중 산업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 기업에 많은 혜택을 제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충칭시에 투자한 한국 기업 수는 88개. 포스코·효성·한국타이어 등 국내 대기업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투자 규모는 미미하다. 1억3000만 달러(한화 약 1416억원)로 대중국 투자의 0.3%에 불과한 수준이다. 조 사장은 “충칭시 무역관 개설로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 내륙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이 지역은 거대한 소비시장이자 중화학공업이 발달한 곳인 만큼 이와 관련된 중소기업들의 진출에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충칭=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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