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명승부 명장면] 恨안고 끊은 결승테이프 - 손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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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8월 9일 24세의 손기정(양정고보)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출전 선수 56명중 34번째로 메인스타디움을 빠져나갔다. 비스마르크 언덕을 넘어 12㎞ 지점을 지날 무렵 선두는 32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바라(아르헨티나)였고 손기정은 5위를 달렸다.

손기정은 17㎞ 지점부터 서서히 피치를 올리기 시작, 자바라와 함께 32㎞지점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축을 벌였다. 비스마르크 언덕에서 자바라를 제치고 스퍼트하기 시작한 손기정은 메인스타디움 10만 관중이 기립박수하는 가운데 2시간29분19초에 결승테이프를 끊었다.

마라톤 사상 처음으로 2시간30분대 벽을 깬 세계신기록이었다. 게다가 동료 남승룡이 3위로 골인해 감격은 더없이 컸다. 그러나 손기정의 가슴에는 일장기가, 스타디움에는 '기미가요' 가 울려퍼져 온국민은 조국을 잃은 슬픔에 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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