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LIG건설 파문 확산…우리투자증권 국민은행 줄줄이 엮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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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 파문이 전 금융권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LIG손해보험에 대한 예비종합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일주일간 예비검사를 한 뒤 오는 18일 본검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LIG손보에 대한 검사는 당초 5월로 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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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검사에서 금감원이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건 두 가지다. 먼저 LIG그룹의 불공정행위 여부다. 금감원에 따르면 LIG그룹의 지주회사인 ㈜LIG는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 방위사업 계열사인 LIG넥스원 지분 50%를 담보로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13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돈은 넥스젠이라는 펀드가 갖고 있는 LIG건설 지분을 되사주는 데 사용됐다. 금감원은 넥스젠과 LIG그룹이 LIG건설의 부실을 미리 알고 불공정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둘째는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 신청 열흘 전 42억원어치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일이다. 투자자들은 회사 측이 회생절차 신청을 앞두고 CP를 발행한 것은 고의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도 “대기업 이름을 믿고 CP에 투자한 사람들을 모른 체하는 것은 도의상 비난받을 일”이라며 “강도 높은 조사가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같은 날 LIG건설 CP를 판매한 LIG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검사도 시작했다. 이들이 LIG건설의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알았는지, 고객에게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불완전 판매를 했는지 등이 초점이다. 우리투자증권은 LIG건설이 그동안 발행한 1976억원어치의 CP 중 157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전도 난무하고 있다. CP 투자자들은 이미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우리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LIG건설 탓”이라며 소송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로 예정된 국민은행 정기검사도 LIG건설과 관련돼 있다. 국민은행은 회생절차 신청 한 달 전인 지난달 초 LIG건설의 경기도 용인시 언남동 사업장에 대해 10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내줬다. 하나은행이 LIG건설의 PF 사업 관련 대출 1000억원을 회수하던 중이었다. 하나은행은 LIG건설이 진행해온 일부 PF 사업장에서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긴 사실을 주목했고, 법정관리 당일까지 LIG그룹을 압박해 대출금 전액을 상환받았다. 결국 하나은행의 대출을 국민은행이 대신 내준 셈이다. 금감원은 최근 공격적인 영업 확대 전략을 펴고 있는 국민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올 들어 기업대출을 2조원 넘게 늘리며 영업 전쟁을 주도하고 다른 은행들까지 동참하는 조짐이 보인다”며 “LIG건설 대출 등에서 무리한 점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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