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보는 새해 일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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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맞이 일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면 혹은 산너머로 둥그렇게 떠오르는 해는 그 자체로도 장관이다.

일출은 언뜻 보면 단순한 현상. 그러나 그 과학을 알고나서 보면 재미있는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한국천문연구원 김봉규 연구원은 "일출은 수면 위로 막 고개를 내민 태양이 수면을 살짝 벗어나는데 걸리는 2분간이 백미" 라고 말한다. 이는 태양이 자신의 지름 만큼을 이동하는 데 2분이 걸린다는 뜻. 새해 벽두는 연중 태양이 가장 커보이는 시기. 태양과 지구 사이는 겨울철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2000년의 경우 1월 3일이 가장 가까운 날로 가장 먼 7월 4일에 비해 태양과 지구가 약 5백만㎞나 더 근접한다. 달과 지구 사이 거리(약 38만㎞) 를 감안하면 근접할 때 줄어드는 태양~지구 거리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000년 중 태양이 가장 크게 보이는 날이 1월 3일임은 불문가지.

태양은 하루 중 일.출몰 때 가장 큰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한낮의 태양은 작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측(지구에서 태양 지름을 각도로 나타냄) 해보면 일출 때건 한낮이건 0.5도 정도로 똑같다. 金연구원은 "심리적인 요인까지 결합된 일종의 착시" 라며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일출 직후는 태양을 제대로 관찰하기 가장 좋은 시간. 천문연구원 성언창 박사는 "옛날 사람들은 주로 일출 혹은 일몰 때 태양 흑점을 관찰했다" 고 말한다. 일.출몰 때 해는 눈이 부시지 않기 때문. 내년 초반은 흑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때라 흑점 관측 적기이기도 하다.

조선실록.고려사 등을 보면 옛 천문학자들은 흑점을 태양의 까마귀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일출 때 눈이 부시지 않더라도 셀로판 등을 통해 관측하는 게 눈에 좋다.

내년 1월 1일 일출은 남부지방의 경우 대체로 오전 7시30분쯤, 중부지방은 오전 7시40분쯤으로 예상된다. 일출은 산에 오르면 조금 더 빨리 볼 수 있다.

주변이 환해지는 것은 일출보다 조금 먼저. 지평선.수평선 너머의 햇빛이 반사되는 이른바 박명(薄明) 은 보통 20~30분 먼저 찾아온다.

지역별 일출시각은 천문연구원이나 기상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낮과 밤의 길이를 따지는 춘.추분은 해의 한 가운데(중심) 를 기준으로 삼는 반면 일출은 해가 막 고개를 내미는 시점을 기준시각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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