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퍼지는 '밀레니엄 찬가' 한국인 작곡

중앙일보

입력

한국인이 작곡하고 한국인이 부르는 밀레니엄 찬가가 오는 31일 전통의 뉴욕시 타임스퀘어 새 천년맞이 행사장에 울려퍼지고 지구촌 10억명 이상의 시청자에게 생중계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부설 피바디음대 상임예술가로 재직 중인 한국인 2세 찰스 김(27.한국명 김병규)이 작.편곡한 다섯곡의 밀레니엄 찬가가 24시간 계속될 새 천년맞이 축제의 주제곡으로 연주되는 것이다.

특히 새 천년맞이 전야제의 하이라이트인 밀레니엄 카운트 다운 직전에는 웅장한 선율의 '시간의 상승'이 사이버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될 예정이다.

찰스 김은 "뉴욕시 밀레니엄 축제 준비위의 의뢰로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역사적인 순간을 담아낼 곡을 작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에는 '원시의 타악기에서 드뷔시풍의 근대 교향악, 현대의 신시사이저 음악을 합쳐 시간의 흐름과 인류의 발전과정을 현장의 관중과 시청자들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며 "지구촌의 축제인 밀레니엄 행사에 한국인으로서 참여하게 돼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바디음대 스튜디오에서 21일 만난 찰스 김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동안이었다.

소심한 성격의 그는 자신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나서지 않으려는 게 탈이라고 동석한 동료 윤수미씨가 귀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타임스퀘어 축제 음악은 어떻게 맡게 됐나.
"피바디음대 이사 한 분이 뉴욕축제 음향을 담당한 음향전문회사를 갖고 있는데 그 분의 알선으로 피바디에 의뢰가 왔고, 대학에서 나를 선정했다."

-작곡할 때 어떤 요소에 중점을 뒀나.
"뉴욕축제 준비위측에서 새로운 것과 옛 것을 상징하는 역사성과 장중한 느낌의 곡을 요청해 그에 맞게 작곡했다. 평소에는 한국적 요소를 중시하는데 이번에는 밀레니엄 전환이란 시의성에 무게를 뒀다."

-작고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곡의 아이디어는 바로 나왔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데 한달반 정도 걸렸다.'

-평소에 어떤 식으로 곡을 만드나.
"조용한 곳에서 주제를 생각하면 금세 악상이 떠오른다."

-컴퓨터 음악이 일반 음악의 작곡과 어떻게 다른가.
"음악이라는 점에서는 다 같다. 컴퓨터는 도구일 뿐이다. 요즘은 어떤 작곡가든 컴퓨터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일반 현악곡을 작곡하더라도 녹음과정에선 컴퓨터와 각종 전자기게의 도움을 받는다. 나는 컴퓨터를 전공했기 때문에 이 과정을 좀 더 잘 안다는 이점이 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텐데.
"잘 모르겠다. 여러분들이 내 음악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고마울 뿐이다. "

-앞으로의 희망은.
"오페라와 드라마.영화 음악에 관심이 많다. 대학에서 작업 중인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 제작도 계속 할 작정이다."(동석한 윤씨는 2002년 월드컵 주제곡을 찰스 김이 맡으면, 그가 최적임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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