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마라톤 `집단 따돌림' 신세

중앙일보

입력

한국마라톤 중흥을 이끈 코오롱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정봉수사단'의 독주를 시기해오던 일부 다른 팀 지도자들은 코오롱의 와해위기를 맞아 오히려 `표정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심지어 사태해결에 도움은커녕 마치 기회를 잡았다는 듯 딴죽을 거는 인사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강화위원회(위원장 이상철)조차 지금까지 코오롱의 의사와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려 정봉수 감독과 매우 불편한 사이가 됐다.

이에대해 마라톤위원회 관계자는 21일 "코오롱의 자업자득"이라고 잘라말했다. 코오롱이 김완기, 황영조, 이봉주, 김이용, 권은주 등 10년 넘게 유망주를 독식, 사실상 국가대표팀으로서 군림하는 동안 다른 팀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는데 코오롱은 이마저도 철저히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껏 코오롱의 축하파티에 초청된 다른 팀 감독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설움을 토해냈다. 이에 코오롱측은 "이동찬 회장 외에 과연 누가 마라톤에 관심이라도 보였는가"라고 반문하고 "이회장과 정감독의 업적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남의 불행을 즐기는 듯한 태도는 모두가 같이 망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특히 함기용 육상연맹 수석부회장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함 부회장은 육상계 실세이자 마라톤 원로인 데도 주위 눈치만 살피며 입장을 자주 바꿔 되레 사태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이다.

코오롱을 비롯한 모든 마라톤팀 지도자들이 이제 사사로운 감정싸움에서 탈피, 한국마라톤의 미래를 위해 한 발짝 양보하고 머리를 맞대는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육상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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