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기의 마켓 워치] 불확실성 감소 … 시장 관심 실적으로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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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시장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에 대한 믿음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사고, 중동의 정정 불안 등 돌출 악재로 몸을 바짝 낮췄던 글로벌 증시가 마지노선을 지켜낸 뒤 반격에 나섰다. 코스피지수가 2050까지 반등했고, 뉴욕 다우지수는 1만2000선을 되찾았다.

 시장의 대세 흐름을 믿고 인내의 길을 선택했던 투자자들이 웃고 있다. 공포심을 감당하지 못해 주식을 내다 판 이들은 어리둥절해 한다. 주식 투자란 게 그렇다. 눈앞의 시세를 좇다 보면 뒷북치기 일쑤다. 가치 있는 기업을 골라 시간과 싸우는 이들이 언제나 최후의 승자로 남는다.

 북반구에 봄이 오고 있다. 석유의 계절적 수요가 피크를 넘었다. 씨 뿌리는 계절을 맞아 농산물 선물 가격도 안정세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인다. 인플레 문제 때문에 글로벌 경제가 주저앉진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고개를 든다. 중동 사태의 불씨가 남아 있지만 다국적군의 개입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줄었다는 판단이다.

 2011년도 벌써 1분기를 지나 2분기를 맞는다. 시장의 관심은 다시 기업 실적과 경기 지표 등 펀더멘털로 집중되고 있다. 증시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분석작업에 분주하다. 그 결과가 4월 초부터 속속 공개된다.

 올 1분기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래에셋은 코스피시장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년 전보다 6%, 전 분기 예상보다는 28% 늘어난 수치다. 이런 흐름을 감지한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돌아와 8일 연속 1조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일부 국내 주식형 펀드와 자문형 랩으로도 돈이 활발히 유입되고 있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게 있다. 상장사들의 1분기 총 매출이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사실이다. 잘나가는 업종·기업과 그렇지 못한 업종·기업 간 실적 격차가 더욱 크게 갈리고 있다. 주가 차별화가 심해질 공산이 크다. 1분기 실적을 어느 때보다 꼼꼼히 챙겨봐야 할 이유다. 코스피지수가 계속 뛰기는 부담스러운 영역에 도달했다. 그러나 물밑에서의 주가 재편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김광기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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