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숨은 화제작] 어둡고 눅눅한 음모의 나락〈팔메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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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는 범죄소설과 느와르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공간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이나 〈키 라르고〉〈보디히트〉〈케이프 피어〉등의 영화의 무대가 됐었다.〈스카페이스〉의 토니 몬태너가 격전을 벌였던 곳도 주도(州都) 마이애미였다.

미국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스페인 남자들과 폐가(廢家), 개 경주 도박, 골초 검사, 알콜중독인 기자들이 득시글거리며 끈적거리는 밤 공기와 천정에 매달린 선풍기, 탐욕에 희생된 패배자들, 시체가 썩어가고 있을 거라는 느낌을 주는 습지" 덕분에 느와르 영화를 만드는데는 이상적인 곳이다.

〈팔메토〉(콜럼비아.18세 이용가)역시 플로리다의 팔메토라는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대부분의 느와르 영화처럼 주인공 남성은 인생의 쓴 맛을 아는 민감한 성격의 남성이고 치명적일 정도로 섹시한 여성을 만나 어둡고 눅눅한 음모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지방 방송국의 뉴스 리포터였던 해리 바버는 부패한 공무원의 비리를 캐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감옥에서 2년을 보낸다. 무혐의로 풀려난 뒤 빈둥대던 그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리아라는 금발의 한 여성으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는다.

"백만장자 노인과 살고 있는데 워낙 구두쇠라 돈 한 푼 얻어쓰지 못하고 있어 납치극을 꾸밀 계획이다. 5만 달러를 줄테니 내 딸을 납치했다며 전화 한 통을 걸어주지 않겠나. "

이 영화의 결말은 신통치 않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흐름만큼은 볼만하다. 음모에 휘말려 버둥거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매일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디 해럴슨.엘리자베스 슈.지나 거숀 주연. '양철북' 의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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