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연봉협상 천태만상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지난 17일 롯데를 마지막으로 내년 연봉협상에 들어갔다.

해마다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선수와 성적을 들이대며 한푼이라도 깎으려는 구단측의 뚝심 대결이 진풍경을 연출한다.

올해도 선수와 구단측은 갖가지 비법을 동원, 연봉 줄다리기에 나서고 있다.

◇ 비교형〓'선수들이 다음 시즌 연봉 잣대로 제시하는 가장 흔하고 고전적인 방법이다.주로 지난 시즌 비슷한 타율이나 승수를 기록한 다른 선수와 비교하지만 고교나 대학시절 라이벌을 의식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홈런왕 이승엽(삼성)은 정민태(현대)와 비교해 최고 연봉을 요구한다. 마무리투수 진필중(두산).임창용(삼성).구대성(한화)간의 신경전도 구단을 속태운다. 최근 자유계약선수(FA)들의 치솟은 연봉도 협상 테이블에 앉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잣대로 이용된다.

◇ 막무가내형〓프로야구 출범초기 주로 나타났던 유형. 올시즌 수위타자에 오른 마해영(롯데)은 "연봉 2억원이 아니면 팀을 떠나겠다" 는 입장이다. 이런 유형의 선수들은 연봉에 불만이 있으면 잠적도 불사한다.

◇ 애원형〓 "연봉을 깎아도 좋으니 자르지만 말아달라" 는 읍소형이다. 올시즌 3패에 그친 조계현(두산)은 삼성에서 버림받은 뒤 두산을 찾아 올시즌 연봉(1억8백만원)의 절반인 5천4백만원에 덥썩 도장을 찍었다.

◇ 기타〓올시즌 자신의 성적을 기록한 데이터를 갖고 협상에 임하는 '데이터 제시형' 이 늘고 있다. 목표 금액을 제시할 때까지 아무 말도 않는 '묵비권형' 과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아버지에게 일임하는 '파파보이형' 등이 있다.

◇ 구단측〓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싫으면 관둬" 식의 '윽박지르기형' 이 한때 통했으나 최근에는 고과점수에 기초한 '설득형' 이 많다. "코치로 기용하겠다" 는 '미끼형' 과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술자리로 끌고가 폭탄주를 권하며 얼렁뚱땅 도장을 찍게 만드는 '폭탄주형' 도 심심치 않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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