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인 아내, 한국인 남편이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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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10년 3월 18일 강원도 춘천의 아파트에서 불이 나 캄보디아 출신 결혼 이민자 여성이 질식해 숨졌다. 경찰은 현장 감식 결과 직접적인 방화 혐의를 찾지 못해 그해 8월 사건을 종료했다. 하지만 숨진 여성의 몸에서 소량의 수면제 성분이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경찰이 재수사를 벌였다. 이 결과 보험금을 노린 한국인 남편이 불을 질러 아내를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지방경찰청은 23일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불을 질러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로 강모(45)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2008년 캄보디아 출신 여성(24)과 결혼한 강씨는 2009년 9월부터 12월까지 L화재보험 등 6개 보험회사에 아내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강씨는 사망보험금(12억원)을 노리고 2010년 3월 18일 오후 9시쯤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다음 전기히터에 이불 등을 밀착시켜 불을 냈다. 잠에서 깨어나지 못 한 아내는 질식해 숨졌다.

 경찰은 화재 당시 현장 감식 결과 직접적인 방화 혐의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숨진 아내의 부검 결과 몸에서 소량의 수면제 성분이 발견돼 화재 시뮬레이션 실험과 계좌추적, 보험서류 분석 등을 통해 간접 증거를 확보한 끝에 강씨를 검거했다. 강씨는 2007년 4개 손해보험사에 보험 가입한 후 4일 만에 뇌경색 판정을 받아 병원에 허위 입원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14회에 걸쳐 5700만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상습사기)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일정한 직업 없이 기초생활급여로 생활하던 강씨가 부인 이름으로 한 달에 40만~80만원의 보험금을 납입할 만큼 생명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아내가 숨진 직후 먼저 한 곳의 보험회사로부터 1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강씨는 이 보험금의 일부를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씨가 보험 상습사기 혐의는 시인했으나 방화치사 혐의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부산에서 베트남 신부가 결혼 일주일 만에 남편에게 무참히 살해돼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여성단체들은 이주여성들의 인권 피해가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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