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왕 기획관 복귀 거부…검찰 수뇌부-대검 수사팀 갈등 확산

중앙일보

입력

검찰 수뇌부와 대검 수사팀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소환과 사법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내홍(內訌)
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종왕(李鍾旺)
대검 수사기획관이 지난 16일 사의 표명이 아니라 대검 사무국장을 통해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복귀 의사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일선 지검의 검사들은 깊은 우려감을 표시하면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뇌부는 자칫 지난 2월초 대전 법조비리 사건 당시 서울지검 평검사들의연판장 파동과 같은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 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 따라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은 19일 전국 검찰에 “검사들은 대검 중수부에서 벌이는 수사와 관련,일체의 언행을 자제하라”는 긴급지시를 하달했다.검찰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차동민(車東旻)
공보관은 “원칙과 정도에 따라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지울게 있으면 지운다는게 검찰의 입장인데 자꾸 엉뚱한 소리가 나오면 안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車공보관은 그러나 “검사들의 집단 행동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함구했다.

李기획관과 사시 17회-연수원 7기 동기생들인 서울지검 차장검사들은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착잡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일선지검에서는 朴총장이 지난 17일 직접 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주말까지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적잖게 동요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실제로 평검사들 사이에선 “李기획관과 함께 동반 사표라도 내야하는 게 아니냐”며 술렁이는 분위기가 있다.

올초 심재륜(沈在淪)
전고검장의 항명파동과 평검사들의 집단 서명 사태를 가까스로 봉합한 검찰이 ‘제2의 검난(檢亂)
’으로 번질 수 있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李기획관은 19일에도 출근하지 않았다.그는 “수뇌부의 영(令)
을 여긴 마당에 다시 돌아간다면 좋지 않은 선례가 된다.사의를 번복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20일 소환되는 朴전비서관에 대한 수사도 수사 책임자인 李기획관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질 형편이다.그래서 李기획관의 지휘를 받던 수사팀은 격앙돼 있다.

수사팀은 지난 18일 소환예정이던 朴전비서관의 소환이 20일로 연기되자 “우리는 그런 통보 못받았다.朴전비서관이 정식으로 소환 연기 서류를 보내야 한다”며 반발했다.소환 연기는 신광옥(辛光玉)
중수부장이 朴전비서관과 전화 접촉을 통해 내린 결정이었다.

수사팀은 지난 18일 車공보관을 통해 朴전비서관의 중요한 혐의내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당사자를 소환해 추궁해야 할 내용들을 미리 공개한 것이다.여론몰이를 통해 朴전비서관을 꼼짝 못하게 몰아 세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의 참모진인 대검 부장들(검사장)
사이에선 “수사도중 사표를 내는게 말이 되느냐”며 성토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한 간부는 “李기획관이 자신과 수사상 견해 차이가 있다고 해서 중도에 퇴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갈등이 있더라도 끝까지 남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 검사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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