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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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은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작품들을 통해 편안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타워팰리스·하이페리온 등 고급아파트 모델하우스와 명문가의 인테리어를 도맡았다는 입소문이 아니더라도 지난 25년간 수많은 제품과 전시회를 통해 보여준 그의 작품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또 다른 작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가 보다 많은 이들과 호흡하기 위해 새로운 작업을 펼친다. 특유의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감성을 담은 프리미엄 홈 인테리어 브랜드 ‘복(BOGG)’을 론칭하고 26일부터 CJ오쇼핑을 통해 판매한다. 지난 10일 브랜드 론칭 행사장에서 그를 만났다.

-상류층의 생활 소품으로 여겨지던 작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게 됐다.

 “내 작품은 유럽인과 일본인이 주 고객이고, 국내에서도 디자이너나 업계 전문가들이 선호해왔다. ‘상업적이기보다 작가적인 작업성격이 강한 제품이 과연 홈쇼핑에서 통할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대중은 좋은 디자인을 정확하게 알아본다. 여러 여건으로 인해 살 수 없었던 것이지,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 상황,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기존의 홈쇼핑 판매 침구류는 내 기준이 아니다. 면의 실용성과 실크의 광택을 표현하기 위해 60수 실켓면 100%를 선택하고, 피부 친화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색과 패턴까지 꼼꼼히 체크했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면서 ‘장응복스러운’ 색깔을 잃지않으려 노력했다.”

-‘침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침구는 ‘휴식’이다. 가장 원초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침구다. 천연 소재로 편안한 느낌을 주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침구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만족시킬 때, 아름답고 화려한 디자인을 논할 수 있다. 예쁘기만 한 침구류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수면문화를 누리게 하는 제품이길 바란다. 요즘 국내 침구류는 너무 소비자들의 ‘편의’에만 맞춰졌다. 편하게 관리하기 위해 차렵으로 만들고 보온성을 위해 합성소재인 극세사를 즐겨 사용한다(극세사는 먼지가 너무 많다). 가을에 선보일 제품이 고민이다. 극세사가 아닌 다른 천연 소재로 된 편안하고 포근한 이불을 내놓고 싶다.”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은.

“아름다워야 한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 예전에는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자연 현상을 그대로 표현하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적인 디자이너’라는 얘길 많이 듣는데, 굳이 어떤 정서를 고수하려는 의도는 없다. 성북동과 정릉에서 자랐고 한옥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정서가 내재돼 있는 것 같다. 한국적인 게 세계적이라는 지표나 사명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게 가장 익숙한 정서를 재해석할 뿐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늘 한다. 이번에 출시될 스프레드에 사용된 ‘장미넝쿨 그림자’나 최근 즐겨 사용하는 패턴인 ‘정선의 그림’을 표현한 모노크롬 드로잉을 바탕으로 다양한 패턴 작업을 해나갈 생각이다.“
 

-패브릭 등을 활용한 ‘소프트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소프트 인테리어란 가변성이 있는 인테리어를 말한다. 큰 돈을 들이거나 부수지 않고도 얼마든지 편안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패브릭을 이용한 파티션, 조명, 작은 가구 등이 그런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패브릭은 재활용이 쉽고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인테리어 소품이다. ‘착한 인테리어’를 가능하게 하는 패브릭을 이용해 부드럽고 따뜻한 공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싶다. 예쁜 부티크 호텔 작업도 재미있을 것 같다.”
 
-‘복’이 어떤 제품으로 평가 받길 바라나.

“사람들이 자연주의적인 생활을 하게끔 이로운 물건을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 내가 만든 제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고 건강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CJ오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복의 경우 기존 제품들과는 달리 다양한 연령·취향의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받았을 때 행복했으면 한다. ‘낡을 때까지 귀하게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제품이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1년에 4차례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중요한 원칙은 기존의 제품과 어울려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봄·여름에 덮던 얇은 이불은 겨울에 스프레드로 사용해도 잘 어울린다. 굳이 풀세트로 사지 않아도 다른 제품들과 조화를 이루는 게 바로 ‘복’이다. 비용 부담 없이 한두 장의 이불로도 새로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패브릭의 힘이다.”

▶ 문의=080-000-8000, www.cjmall.com

[사진설명] 1. 프리미엄 홈 인테리어 브랜드 ‘복’ 을 론칭한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은 “자연주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2. 장응복씨가 디자인한 쿠션.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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