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무대 진출?…·한인들 기대의 무게를 알고 있다"

미주중앙

입력

강석희 어바인 시장이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 최선을 다해 한인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강석희 어바인 시장.

오렌지카운티를 대표하는 한인 정치인으로 그를 꼽는 것을 주저하는 이는 드물다.

많은 한인들은 지난 6년 사이 네 차례 치른 시의원, 시장 선거에서 전승을 거두고 발군의 선거자금 모금 실적을 과시한 강 시장을 '더 큰 무대에 도전해 신장된 한인 정치력을 유감 없이 과시해 줄 기대주'로 여기고 있다. 많은 한인들이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카운티 정계 또한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OC레지스터는 최근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그를 OC 3지구 수퍼바이저 선거 후보로 지목, 주류 정계에서도 강 시장의 존재를 주목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주 광역선거가 내년 6월에 열리므로 더 큰 무대 진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일부 정치인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며 기세 선점에 나서고 있다.

시정과 씨름하는 한편 한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고심 중인 강 시장을 만나 봤다.

6년간 선거 4연승,차기 행보 고심

주민이 인정하는 시장

강 시장에 대한 어바인 주민들의 평가는 후하다. 재선 당시 득표율이 주민들의 신뢰도를 증명한다.

2년 전 시장 선거에서 52%의 득표율을 올렸던 그는 지난 해 11월 선거에서 64.1%의 지지를 받았다. 상대 후보의 중량감에 따라 득표율이 출렁일 수 밖에 없지만 그의 전임자 베스 크롬 전 시장이 2006년 선거에서 올린 59.6% 득표율과 비교해도 강 시장이 주민들에게 신임을 받고 있음은 명백하다.

지표상으로도 어바인의 상황은 여타 도시에 비해 양호하다.

가주가 12.5% OC가 9.7%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어바인의 실업률은 7.4%에 불과하다.

많은 도시들이 예산적자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어바인은 주요 프로그램을 감축하거나 시 직원 구조조정 없이 지난 2년을 버텼다. 덕분에 주민들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정 운영을 위해 애쓴 그의 노력을 인정해 준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비즈니스 관련 규제를 풀고 기업활동을 지원하며 경제 살리기 일자리 늘리기에 힘썼다. 시의회를 TV로 지켜 본 주민들도 내 노력을 인정해 준다. 백인 노인을 만났는데 '당신이 영원히 시장을 맡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끝이 찡했다."

내년 선거, 모두 공화당 강세지역

한인들의 기대는 자산이자 부채

강 시장은 요즘 어깨가 무겁다. 만나는 한인마다 "다음엔 어느 선거에 출마하느냐 큰 무대에 진출해 한인사회 위상을 높여 달라"고 주문하는 탓이다.

그의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연임 제한 규정으로 시장 선거 출마가 불가능한 그가 출사표를 던질 수 있는 선거는 어바인 시의원 OC 3지구 수퍼바이저 가주하원 70지구 연방하원 48지구 선거로 압축된다.

당선 가능성이야 시의원 선거가 가장 높지만 그가 더 큰 무대에 도전하길 원하는 한인들에겐 성이 차지 않는다. 하나같이 공화당 강세 선거구에서 치러질 나머지 세 선거는 어떤 길을 택하든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강 시장은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심사숙고 중"이라면서도 "한인들은 선거 때마다 나의 든든한 자산이었다. 그들이 내게 거는 기대의 무게를 잘 알고 있고 꼭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나름대로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한 시대적 사명감도 느끼고 있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선거 판도 좌우할 '엑스 팩터'(X Factor)

내년부터 적용될 선거구 재조정과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는 강 시장이 어떤 선거에 출마하든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 시장은 "선거구에 어떤 변화가 생기든 내게 불리해지기 보다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가 출마할 만한 선거구들이 하나 같이 공화당 우세 지역이기 때문에 카운티 남부 도시 일부가 선거구에서 제외되고 그 자리에 중 북부 도시가 편입되는 것이 강 시장에겐 최선이다.

오는 8월께 그 윤곽이 드러날 선거구 재조정 결과와 함께 내년 주광역 선거의 판도를 흔들 변수는 '오픈 프라이머리'이다.

오픈 프라이머리에선 예비선거의 상위 득표자 2명이 당적과 관계 없이 결선에 진출하게 된다.

강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친기업적이고 대화와 타협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합리적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쌓아온 점을 들어 "오픈 프라이머리 또한 내겐 유리한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인 정치력 신장 위해 한알 밀알 될 것"

자신의 정치적 장래에 대해 내내 말을 아끼던 강 시장은 인터뷰 말미에 "현실 정치의 벽이 만만치 않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일단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도달하고 말 것"이라며 숨겨 놓았던 투지의 일단을 드러냈다.

"처음 시의원 선거에 도전할 당시에도 내 당선보다는 패배를 점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결국 불가능해 보였던 승리를 쟁취했다.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뭐든 자신 있다. 선거 출마는 치열하게 고민한 뒤 결정하겠지만 일단 결심을 하고 나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겠다."

강 시장은 마지막으로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초심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한인들을 실망시키진 않을 것이란 점은 약속드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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