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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철수, 2조 앞으로” 목숨 건 48시간 … 특임조 279명 ‘희망의 전력’ 잇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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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일 이와테현 오쓰치에서 전력회사 직원들이 전력 복구를 위해 파손된 변전탑을 수리하고 있다. 오쓰치에서는 대지진과 쓰나미로 주민 1만5000여 명 중 1만여 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쓰치 AP=연합뉴스]

도쿄전력·히타치(日立)·도시바(東芝)의 특임조 279명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전력 확보 작전’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사활을 건 싸움이었다.

 외부 전력을 원전 제2호기로 끌어오기 위한 이 작업을 위해 3사의 최고 전기 전문가들이 동원됐다. 도쿄전력 외에 후쿠시마 제1원전의 설계와 보수에 관여했던 히타치·도시바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목숨을 건 작전인 만큼 부인·자식이 없는 이들이 최우선적으로 선발됐다. 그렇게 구성된 279명의 특임조는 방사능을 차단하는 방호복과 방호마스크을 착용하고 어깨에는 방사선량 계측기를 멨다.

 전력 확보 작전에 나선 건 이유가 있다. 16일부터 자위대와 도쿄소방청 인력들이 해 온 살수작업은 임시방편이었다. 안정적으로 냉각시스템을 가동시키기 위해선 전기가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원래 있던 원전 내 전력은 지진과 쓰나미로 모두 끊긴 상태였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40년 전 후쿠시마 제1원전을 지을 때 사용했던 도호쿠(東北)전력의 고압 송전선이 원전 부지 인근에 남아 있었다. 도호쿠전력의 변압시설에서 원전 2호기까지의 직선 거리는 불과 400m. 가설 전기케이블을 깔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400m 길에는 쓰나미에 실려 온 온갖 쓰레기, 원전 건물이 수소 폭발로 일부 파괴되면서 흩어진 콘크리트 더미들이 널려 있었다. 이것들을 일일이 제거하는 건 시간 제약으로 불가능했다.

 “V자로 돌아가자”며 인근 산쪽으로 돌아가자는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그러다 보니 총길이는 1480m로 늘었다. 500m의 거대한 케이블 3개, 총 1.5㎞분이 동원됐다.

 반나절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은 막상 시간이 갈수록 난항이었다. 2호기에 가까워지자 방사선량 수치가 확 올라갔기 때문이다. 피폭량이 80mSv(0.05밀리시버트는 1회 X선 촬영 때 노출되는 피폭량)에 달하면 어깨에 멘 계측기에서 경보가 울렸다. 한 사람이 한 차례 작업에 나설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였다. 건물 주변에선 최대 400mSv가 측정된 곳도 있었다.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작업자의 피폭 한도를 100밀리시버트에서 250밀리시버트로 올렸다.

 막판 사투는 치열했다. 경보가 울리면 바로 대기조가 투입됐다. 전선 케이블을 까는 차량의 운전자, 차량에서 수십㎏의 무거운 송전선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사람, 송전선을 까는 길에 놓여 있는 각종 장애물을 제거하는 작업원 등 저마다의 임무가 주어졌다. 20명이 한 조가 돼 바통을 이어받듯 진행됐다. 이틀간의 작업 동안 279명의 작업자 중 피폭 수준이 한계에 달한 이도 다수 발생했다.

목숨을 건 작업 끝에 결국 19일 오후 2호기에 ‘희망의 전력’이 연결됐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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