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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사태, 축산 재탄생 계기 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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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구제역으로 347만 마리에 이르는 가축이 희생되고, 4600여 개의 가축 무덤이 만들어졌다. 매몰지 2차 환경오염 문제의 해결은 아직도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매몰지에서 주기적으로 침출수를 회수, 처리함으로써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매몰지 인근에 관측정을 설치해 침출수 유출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해야 한다. 매몰지 부근에서 주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에 대한 주기적인 수질 검사와 안전 여부 확인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땅속에선 지하수나 오염물질의 이동이 매우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침출수로 부각되고 있는 지하수 오염에 대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토 면적 대비 우리나라의 소와 돼지 사육마릿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몇 년 전에 이뤄진 지하수 기초조사 과정에서 축산단지가 밀집된 어느 특정 지역의 지하수에서는 질산성 질소의 먹는 물 수질 기준 초과 비율이 30~40%까지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가축 매몰지 침출수에선 염소이온이나 암모니아성 질소가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 그래서 침출수가 지하수에 섞이면 이 두 성분이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오염 징후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매몰지 침출수의 영향 유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지하수 이동 속도와 방향, 기존의 오염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땅과 지하수는 어느 정도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자정 능력이 있다. 그런데 농도가 수질 기준을 뚫고 높이 치솟는 것은 과부하가 걸린다는 뜻이다. 과부하를 계속 유지하는 한 지하수와 토양은 계속 나빠질 것이다. 과부하를 해소하는 길은 축산과 농업에서 첨단 기술력으로 환경 부하를 줄이거나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번 구제역 사태는 온 나라에 크나큰 불행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으며, 국민에게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이 고통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융산업의 내실을 다져 국가 경제가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구제역 사태도 우리나라의 축산과 농업, 그리고 환경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큰 계기로 삼는다면 이 국가적 불행과 황량함이 좀 위로가 될 듯하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