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국유은행들, 주식회사 전환 검토

중앙일보

입력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예상되는 외국은행과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4개 대형 국유은행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4대 국유은행중 하나인 중국건설은행 조우 샤오추안 행장이 국유은행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중국 은행제도의 발전을 위해 좋은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우 행장의 이같은 발언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4대 국유은행의 소유구조 전환에 대한 고위당국의 지지를 가장 분명하게 표현한 것으로 국가가 지배하고 있는 중국 은행산업에 일대 혁명이 예상된다.

또 중국내 은행자산의 80%를 차지하는 이들 4대 은행은 일부 중국학자들이 제안한대로 주식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여러개의 소규모 은행으로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유은행장중 가장 개혁적인 인물인 조우 행장은 "국가소유를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면 기업지배구조와 경영방식에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유은행의 주식회사 전환은 이와 함께 외국은행과의 합작이나 주식시장 상장을 가능케하며 국유은행들이 여신배정에 상업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게 만들었던 국유기업 지원의무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산업 분석가들은 WTO 가입으로 외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면 중국 국유은행들은 지금처럼 수만개의 부실 국유기업에 대한 `생명보조장치' 역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4대 국유은행의 부실여신은 공식통계로 전체 여신의 25%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국유은행의 자산은 지난 98년말 현재 8조2천590억위앤으로 같은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엄청난 규모여서 의미있는 정도의 지분을 살 수 있을 만큼 자금력이 있는 원매자를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또 중국 국내증시에 이들 은행의 주식을 상장하는 것도 같은 문제점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년초로 예상되는 중국의 WTO 가입이 실현되면 5년 후부터 외국은행들도 중국내에서 일반인에 대한 대출과 예금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된다.[브뤼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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