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0명 사망 고베 대지진의 170배 충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규모 8.8 강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의 파도 높이는 최고 10m에 달했다.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조용식 교수는 “10m 파고의 쓰나미라면 목조주택뿐 아니라 벽돌로 지은 건물도 단숨에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며 “이번 지진은 해저면 가까운 곳에서 발생해 위력이 더 컸다”고 말했다.

 쓰나미의 위력은 지진의 규모가 클수록, 진원이 해저면과 가까울수록, 그리고 단층이 위아래로 더 많이 엇갈릴수록 커진다. 이번 일본 지진은 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강한 쪽으로 맞아떨어졌다. 쓰나미는 규모 6.0 이상의 지진 때 발생하는데 이번 지진 규모는 이보다 높은 8.8이었다. 이 정도 지진은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파괴력의 2만3000배와 맞먹는 위력을 갖고 있다. 교량 같은 대형 건조물이 대부분 파괴되며 산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지진은 6434명이 사망한 1995년 일본 한신아와지(고베) 대지진(규모 7.3)의 170배 위력이다.

 진원이 해저면에서 가까웠다는 점도 지진의 위력을 키운 요인이었다. 보통 진원이 해저면에서 60㎞ 이내에 있으면 쓰나미 위력이 강한데 이번에는 이보다 훨씬 가까운 해저면 아래 24.4㎞에서 지각이 종잇장처럼 찢겨졌다. 단층도 위아래로 많이 엇갈려 바닷물을 크게 흔들었다. 쓰나미는 엄청난 물의 양 때문에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다. 진앙 주변 바다가 거대한 양동이에 든 물처럼 한꺼번에 출렁대면서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다.

 이 때문에 이번에 발생한 쓰나미도 심해에서는 제트기 속도와 맞먹는 시속 500~700㎞로 퍼져나갔다. 해안으로 다가가면서 수심이 얕아지자 속도가 시속 30㎞ 정도로 줄어들었다. 반면 쓰나미의 파고는 진원지 위 해수면에서는 몇m에 불과하던 것이 해안에서는 최고 10m까지 높아졌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쓰나미의 파고는 최고 20m였다. 쓰나미 경보망은 국제적으로는 하와이와 알래스카 등 태평양 연안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전국에 조밀하게 쓰나미 경보망을 운영해 지진 발생 2~4분 만에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해안에 쓰나미가 덮쳐온 것은 일본 정부가 경보를 발령한지 약 55분 뒤였다.

한편 이번 지진 발생 초기에 일본과 미국이 서로 다른 규모 수치를 발표해 혼선이 빚어졌다. 기상청 이덕기 지진정책과장은 “일본과 미국이 사용하는 지진계의 종류가 다르고, 지진계 위치도 달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송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