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이해 안 가” 이견 없어 … “경제정책 낙제는 아닐 것” “듣기 거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0일 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미묘했다. 두 기류다. 우선 이 회장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이익 공유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개인 의견이었고 동반성장위의 의견으로 정리조차 되지 않았다”며 “그에 대해 이 회장이 개인 의견으로 얘기한 것인 만큼 청와대나 정부가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이익공유제 부분에 대해선 얘기할 게 없다”고 했다. 청와대 측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이명박 대통령도 이익공유제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평소 “동반성장은 인식과 문화의 문제다. 인식과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지 강제적으로 할 수 없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 회장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 점수는 아니지 않겠느냐. 과거 10년에 비해서는 상당한 성장을 해 왔으니 그런 점에서는…”이라고 말한 대목에 대해선 거부감을 표출했다. ‘낙제 점수’란 표현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수석실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전했다. 고위 관계자들은 “듣기 거북한 말을 했다”거나 “사정을 잘 아는 분이 김 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공개적으로 비판하진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 발언은 낙제 점수는 아니라는 부분보다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해 왔다고 본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이는 잘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제가 아니라는 부분이 거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좋은 성과가 났더라도 임직원들을 칭찬하기보다 ‘자만해서는 안 된다’며 긴장을 불어넣는 게 이 회장의 스타일인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