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신밍 스캔들’ 조작 의혹까지 … 이귀남 “범죄 사실 나오면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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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신밍 스캔들’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관련자 간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9일 당사자의 e-메일 계정을 도용한 ‘조작 메일’까지 언론사에 유포됐다.

 9일 오전 이번 사건의 첫 제보자인 덩의 남편 J 씨(37) 명의로 “내 와이프(덩)의 컴퓨터엔 국내 정·관계 인사 200명의 연락처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메일이 본지를 포함한 국내 일부 언론에 배달됐다. 그러나 J씨는 10일 본지 등에 “그런 메일을 보낸 사실이 없다”며 “누군가 (이번 사태를) 조작·은폐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9일 J씨 명의의 ‘naver’ 계정으로 배달된 e-메일은 “본인이 법무부에 제출한 것으로 보도된 자료 중 정·관계 인사 200명의 자료는 솔직히 제 와이프(덩)의 컴퓨터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부 감찰관실에 자료를 보낼 당시 잘 알고 지내던 상하이 G영사의 내부통신망을 통해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제출하지 않은 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돼 있었다”며 “G영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J부총영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G영사는) 이 문제를 치정 문제로만 몰고 가면 (덩과 부적절한 관계인) H영사(41)가 사표를 쓰고 중국에 올 수 있으니 국가기밀 유출 문제로 몰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소속 J부총영사와 법무부 소속 G영사가 덩과 한국 영사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국가기밀 유출사건으로 확대하려고 없던 자료를 끼워넣었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관이 “이번 사건은 (국내) 정보기관이 나를 음해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한 내용과 상통한다. 그러나 J씨는 10일 다른 계정으로 본지 등에 메일을 보내 “그동안 열어보지 않던 웹메일(naver)에 접속했더니 휴지통에 내가 보낸 걸로 돼 있는 두 통의 메일이 들어 있었다”며 “모두 가짜이고,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의 메일에서 거론된) G영사는 이름 정도만 알며 J부총영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괴메일의) 배후엔 김 전 총영사를 비호하려는 세력이 있거나, 덩과 H영사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G영사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J씨가 1월 중순 ‘아내가 죽이겠다고 협박해 두렵다’며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전화를 한 차례 걸어와 상부에 보고한 것 외엔 얼굴조차 본 적이 없다”며 사건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법무부 김영진 대변인도 이날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지난해 12월 말 J씨와 통화한 뒤, 그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e-메일로 영사들의 사진과 유출자료(정·관계 인사 200명의 연락처) 등을 직접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총리실과 법무부·외교통상부 직원 9명으로 짜인 합동조사단을 13일 상하이 현지에 보내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그러나 관련자들 간에 진술이 워낙 엇갈리고 중국 국적인 덩은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 진상 파악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언론에 조작 메일을 보낼 정도의 ‘작전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드러난 만큼 진실 규명이 쉽지 않으리란 지적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합동조사반에서 전면 재조사한 뒤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나오면 바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강찬호·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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