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챔프 쌈장 승부조작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쌈장'(ssangjang)이라는 게임 ID로 유명한 스타 크래프트의 세계 챔피언 이기석(20)씨는 과연 승부조작을 통해 세계 정상에 오른 것 일까.

이씨는 지난 8월 스타크래프트 개발사인 미 블리자드사주최로 열린 세계 스타크래프트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나 최근 본선대회 진출을 위해 승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씨는 8일오전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번도 승부조작을 한적도 없고 더구나 블리자드사 주최의 세계 대회에서는 블리자드직원들의 감시하에 게임이 이뤄지기 때문에 승부조작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왜 이같은 의혹이 제기된 것일까.

문제의 발단은 지난 7월 이씨가 스스로 모 PC통신의 게임동호회 게시판에 일종의 `양심선언'을 담은 글을 올린데서 비롯됐다.

그는 일부 예선전을 치르면서 국내 게이머들이 게임도중 상대방이 `쌈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져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점에 대해 자책감을 느껴오다 PC통신 게시판에 그런 심정을 담은 글을 올린 것.

이때부터 PC통신에서는 이를 놓고 `승부조작' 논란이 일기 시작했고 급기야 일부 언론에서도 이를 보도해 의혹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씨는 그러나 이를 단호히 부인하고 "억울할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은 그가 당초 자신이 갖고 있는 4개의 ID를 사용 하지 않고 도중에 전 매니저 임모씨의 ID(Larry_the_weird)로 바꿔 대회에 참가, 우승을 했다는 점이다.

이에대해 이씨는 "예선전에서는 `쌈장'이라는 ID를 사용할 경우 상대방들이 대결을 회피, 대회참가자격을 얻기위한 승률을 올릴 수 없어 추가로 3개의 ID를 갖고 있었다"고 밝히고 "당시`Someone_hate_me'라는 ID를 새로 만들어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선대회가 임박한 5월께 캐나다의 `그르르르'(X'DS∼grrrr...)라는 ID 를 가진 게이머와의 대전에서 게임도중 상대방이 불리해지자 `듀벌디스'라는 기법으로 부정행위자로 몰면서 협박함에 따라 그 ID를 포기하고 대회참가도 그만두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해명했다.

듀벌디스는 게임도중 고의로 접속을 끊고 마치 상대방이 끊은 것처럼 기록해 상대방을 부정행위자로 몰아 상대방의 ID의 대회참가자격을 박탈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전 매니저인 임씨가 자신의 ID(Larry_hate_me)로 도전해보라는 권유로 다시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이때는 이미 본선대회가 임박했고 당시 임씨의 ID는 승률이 낮은 상태였는데 국내 게이머들이 게임도중 채팅을 통해 그가 `쌈장'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일부러 져주는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 이씨에게 자책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본선에서나 16강전에서는 추호의 승부조작이나 ID조작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내 한 게이머는 "국내 스타크래프트 판매량이 전세계 판매량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나 프로게이머는 소수인 상황에서 길드라는 조직으로 뭉친 외국의 프로게이머들을 상대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은 실정"이라면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일부 게이머들이 이씨을 밀어주는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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