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독자투고 조작 '딱 걸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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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자산들이 운영중인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독자투고를 조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대남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는 중국과 한국의 네티즌이 작성한 독자투고가 많이 올라온다. 모두 북한을 찬양하고 한국과 한국정부를 비난하는 글들이다. 일부 야당이나 사회단체가 발표한 키리졸브 훈련 반대 성명 등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달 8일 '부산에 사는 회사원 려장손'이란 독자가 올린 투고 내용에 북한에서만 쓰이는 용어가 등장한다. 물론 한국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뜻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아래는 려장손이라는 한국인이 해당 웹사이트 독자투고란에 8일 오후 4시47분에 올린 글이다.

<통일부가 고기잡이를 하다가 표류하여 우리 측 지역으로 넘어온 북 주민 4명을 돌려보내지 않기로 하였다니 경악을 금치못하겠다. 그 말을 복창하면 그들이 “귀순”하였다고 하는 데 말이 않돼는 소리이다. 지금껏 통일부는 그들 전원이 북으로 돌아갈 것을 희망하였다고 누차 발표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귀순”이란 무슨 날벼락 맞을 소리인가. 당국이 그들을 인차 않은 저의를 가히 짐작 할 수 있다. 어민들의 진정을 귀순공작으로 말살하였다. 이것은 인간의 의사를 물리적 강제로 전향시킨 범죄중의 범죄이다. 국민은 “귀순”이 아니라 납치당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인차'이다. 이는 '즉시, 곧장, 이내'라는 뜻의 북한어이다. 자유북한방송은 9일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한국인들은 쓰지 않지만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대다수 탈북자들의 입에서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독자투고에는 '그 말을 '복창'하면'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인들은 '그 말을 되새기면, 그 말은' 등으로 쓰지 '복창'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군대에서 선임자의 말을 따라 하도록 명령을 할 때나 '복창'이라는 용어를 쓴다.

자유북한방송은 "이 투고는 '우리민족끼리 독자투고란'을 조작하는 북한 당국의 습관적인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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