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독서기록 관리 프로그램 활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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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입학을 목표로 하는 변지원(서울 잠현초 6)양은 요새 매주 집 근처 영어도서관에 들른다. 영어도서 2~3권을 빌려 읽은 후 책 속 중요문장과 어휘를 독서노트에 꼼꼼하게 기록한다. 그 뒤 선생님과 제자, 1인 2역을 맡아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문장들을 복습한다. 영어도서 독서기록을 남기면서 학습에도 활용한다. 최근 변양처럼 영어독서기록을 관리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중·고교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확대되고 독서이력관리가 중요해지면서부터다.

다양한 온·오프 독서관리프로그램 등장

영어독서관리는 국제중·고, 외고 등 영어사용능력을 중요시하는 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려서부터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고 영어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변양의 어머니 박길라(42·서울 잠실4동)씨는 “국제중을 준비하면 영어와 관련된 차별화된 활동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학원 등 사교육업계에선 이런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아발론교육은 영어도서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고 월 2회 감상문을 기록해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영어도서관리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청담러닝은 영어독서를 통한 역량계발프로그램 ‘2020 프로젝트’를 이번 달부터 전국 86개 캠퍼스에서 서비스한다. 수준별 영문소설을 읽고 감상문·토론·발표수업을 통해 리더십·표현력을 키워주는 온·오프 통합 교육과정이다. 서강대 SLP어학원의 소리(S.O.R.I) 독서관리과정도 특징적이다. 학생의 영어학습수준을 고려해 8단계로 구분한 뒤 추천도서목록을 제공해준다. 온라인으로 어휘력·이해력·문법활용력 등을 평가해 학습일자, 진도에 맞춰 독서이력을 관리할 수 있다. 아발론교육경영기획실 김은경 차장은 “입시제도의 변화에 따라 학부모·학생의 요구가 바뀌었다”며 “이런 영어독서관리과정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등 저학년, 다독하며 부담 없는 독후활동을

마포어린이 영어도서관 차수진 관장은 “영어독서관리프로그램을 이용할 때 자신의 영어실력에 맞게끔 올바른 독후활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영어사용 능력이 미숙한 초등 저학년은 독서이력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시작은 쉽고 간결할수록 좋다”고 주의를 줬다. 처음엔 읽은 날짜, 책 제목, 지은이, 출판사 등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읽은 책의 목록이 쌓여가는 것 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청담러닝 학원사업본부 박성은 이사는 “이 시기 학생들은 무리하게 진로와 연결시키기 보단 자연스러운 놀이로 독후활동을 유도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영어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독후활동이 좋다. 책을 읽은 뒤 느끼는 그대로를 그림·시·만화 등으로 표현해본다. 기억에 남는 사물이나 인물 등 간단한 것에서부터 시작해 인상깊었던 대목이나 전반적인 내용 등 전체의 구성으로 넘어간다. 책 전체를 이해시키면서 창의력 있는 표현력을 키울 수 있다.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이야기 재구성하기, 글의 개요 써보기, 친구와 의견 나누기 등도 영어도서에 친숙해질 수 있는 방법들이다.

초등 고학년부턴 관심분야 독서 늘리고

어느 정도 영어실력이 갖춰진 학생들은 관심분야의 독서를 깊이 있게 하는 것이 좋다. 박 이사는 “고교·대학에서 독서이력을 평가할 때 많은 책을 읽었는지의 여부보단 한 권의 책이라도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를 중요하게 본다”고 강조했다. 독서기록과 자신의 성장과정, 진로·적성의 계발이 연관성을 갖고 일관된 흔적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경험에 비춰 책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등을 에세이로 꾸준히 남기면 좋다. 예컨대, 따돌림 문제를 다룬 책이라면 ‘나는 혹시 누군가를 따돌리진 않았었나?’ 등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감상을 적는 식이다. 독서토론도 좋은 방법이다. 토론으로 논리력·사고력·표현력을 키울 수 있고 남의 생각을 듣고 내 의견은 어떤가를 기록으로 남기면 자연스레 인성·감성의 성장과정을 드러낼 수 있다. 선정도서의 논픽션·픽션 구성비율을 조정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차 관장은 “보통 초등학교 4학년 이후부터 좋아하는 과목, 관심분야가 생긴다”며 “역사·과학·예술·롤모델 등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사진설명] 변지원양은 “매주 꾸준히 영어도서를 읽으면 독특한 독서이력관리를 하면서 영어실력도 빨리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장점을 말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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