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왜 저리지" 與, '정치선언'진의 탐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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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정치활동 선언에 대해 여권은 파장의 확산을 경계하면서 재계의 진의 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은 5일 "소관업무가 아니라 모른다" 고 말을 잘랐다.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진의와 의도가 뭔지 알아보고 나서 얘기하겠다" 면서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재계가 정치참여를 공식 선언한 예는 없다" 고 지적했다.

국민회의에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재벌의 부도덕성을 들춰낸데 대한 반발" (林采正정책위의장), "정부에 대한 일종의 항의 시위" (金民錫의원)로 분석하고 있다.

김재일(金在日)부대변인은 "만약 재계가 공개적으로 정치활동을 한다면 이는 정경유착을 공식화하는 일이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여권이 불편해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문제를 둘러싼 노사(勞使)간 갈등이 몰고올 파장이 걱정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노동계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권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여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은 재계의 이런 움직임에는 현 정권에 대한 반발과 도전이란 측면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우.한진 등 재벌 총수들의 잇따른 낙마와 관련, 현 정권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가 아니냐" 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재계의 선언이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여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김유배(金有培)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은 "정치문제가 아니라 노동문제" 로 규정했다. 그는 "경총은 노사문제를 전담하는 창구" 라며 "전경련이 나섰다면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경총의 발표를 실행단계로 보긴 어렵다" 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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