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도전현장] 4. 미국 88개시 '제2 실리콘밸리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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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와 경제단체가 첨단기술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새 천년을 맞아 지역경제가 활짝 피어나기 위해서는 유망한 첨단기술기업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첨단 하이테크 단지들이 그동안 이룩한 성공은 이제 선망과 동경의 대상을 넘어 앞으로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필수과제로 인식될 정도다.

제2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자칭 타칭으로 '실리콘○○' 이란 간판을 내건 미국내 도시는 이미 자리를 잡은 것들을 제외하고도 88개나 된다.

뉴욕주 주도(州都)인 알바니는 자칭 '테크밸리' 를 공식명칭으로 사용하면서 하이테크단지를 자임하고 나섰다.
매사추세츠주의 해안 휴양도시 케이프코드는 '실리콘 샌드바(모래사장)' 를 내걸고 첨단기술 도시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텍사스의 도시들은 차세대 유망분야로 꼽히는 생명공학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현재 캘리포니아주와 미 동부지역에 산재한 생명공학 기업들을 끌어와 21세기 지역경제 발전의 기관차로 삼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이미 통신분야에 강점을 가진 댈라스시는 최근 이 지역을 21세기 생명공학센터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샌 안토니오시는 생명공학 벤처기업을 지원할 창업 지원기금을 시 재정에서 마련키로 했다.
휴스턴시는 건강관련 창업기업을 지원할 첨단기술기업 보육사업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원한다고 모두 하이테크 단지가 될 수는 없다.
첨단기술기업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각 지방정부는 경쟁적으로 갖가지 지원조건을 내걸고 있다.
세금감면과 공장부지 제공은 기본이고 주변도로, 상하수도, 전기.통신망 건설 등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주겠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재정에서 보조금 성격의 투자자금 지원도 뒤따른다.

그러나 첨단기업 유치의 최대 관건은 뭐니뭐니해도 고급 연구.기술인력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다.

실리콘밸리의 배후에 스탠퍼드대가 있고, '루트 128' 에는 MIT와 하버드대가 있으며,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 트라이앵글에는 3개의 연구중심 대학도시가 자리잡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시는 컴퓨터칩 디자인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무려 1억달러를 들여 조지아대와 조지아공대에 새로 관련 연구시설을 마련하고 이 분야의 최고 교수진을 초빙하기까지 했다.

버지니아주의 제임스 길모어 주지사는 첨단기술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이 지역 대학 재학생을 인턴사원으로 관련기업에 연결시켜 주고 있다.

최근엔 한발 더 나아가 주정부 자금으로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기업에는 추가 세금혜택을 주는 획기적인 고급인력 확충방안을 발표했다.

주변에 변변한 대학이 없는 케이프코드는 아예 첨단기술 특화대학을 신설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의 21세기 첨단기업들은 이들을 유치하겠다는 지방정부들의 경쟁적 지원이란 비옥한 토양을 바탕으로 벌써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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