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뮌헨 시청 앞, Nolympia! Nolympi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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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회원들이 2일 뮌헨 시청 앞에서 올림픽 유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뮌헨=연합뉴스]

“우리에겐 이 재앙을 막아내야 할 의무가 있다. 뮌헨을 사랑하니까.”

 독일 녹색당의 바이에른주 의원 루트비히 하트만의 말이다. 2일(한국시간) 뮌헨 시청 옆 마리엔 광장에서 확성기를 든 그를 만났다. 그는 바이에른주의 주도(州都)인 뮌헨의 겨울올림픽 유치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을 유치할 경우 토지를 내놔야 하는 가르미슈 지역 농민의 문제를 들어 서명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올림픽을 반대한다는 의미인 ‘놀림피아(Nolympia)’라는 웹사이트도 개설했다.

하트만은 “설상 경기 종목이 열릴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지역은 적설량이 계속 줄고 있다. 이 지역에서 스키대회가 열렸을 땐 인공눈까지 동원했다. 이런 일들은 환경재앙을 부르고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 처음엔 주민들에게 관련 세금이 없을 거라고 하더니 이젠 말을 바꾸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1700명 이상 서명을 받으면 유치 활동 중단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며 자신감도 보였다.

 이날 시위엔 4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하트만의 목소리에 맞추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집에 돌아가라!” “뮌헨 올림픽? 노 생큐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콘라트 라우스바우스는 “올림픽과 같은 일회성 경기에 예산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알리스 신할이라는 통역사는 “환경·생태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약 30분간 구호를 외치다 질서 있게 해산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뮌헨 유치위원회의 대응이었다. 시위를 앞두고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크리스티안 우데 뮌헨 시장은 “5시엔 뮌헨의 자랑인 교회 종소리를 듣기 위해 모이는 관광객이 많다. 그들까지 시위대라고 착각하진 말아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카타리나 비트 유치위원장은 6시30분쯤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위대는 40명도 안 됐다. 물론 독일의 민주주의는 워낙 세련돼서 작은 목소리도 존중한다. 하지만 올림픽 유치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의 말에서는 자신감이 읽혔다. 

뮌헨=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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