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 학교 만들려면 학생에게 선택권 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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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교조 소속 교사 일색(一色)인 학교가 나올 모양이다. 다음 달 개교하는 서울시내 5개 초·중·고 혁신학교에 배치된 교사 중 전교조 교사 비율이 학교별로 60~80%대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 각 학교의 전교조 교사 비율이 평균 11%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강동구 선사고의 경우 발령 교사 19명 중 84.2%인 16명이 전교조 교사다. 교원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세 명 교사와 교장·교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교조 학교’가 등장하는 셈이다. 이들 학교의 교육이 전교조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혁신학교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도입을 약속한 학교 형태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 학교를 선정해 연간 2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이런 학교에 전교조 교사를 대거 발령 낸 것은 학교 운영을 사실상 전교조가 좌지우지(左之右之)하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곽 교육감은 지난해 “전교조와 한국교총 교사 비율이 각각 100%인 학교를 만들어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 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반대, 체벌 금지 등 전교조와 정책 기조를 같이하는 곽 교육감이 이제 아예 학교 현장을 전교조 교육 실험장으로 내주겠다는 꼴이다.

 특정 성향의 교사 중심으로 학교 운영을 한다는 발상부터가 균형감을 잃은 비교육적 처사란 점에서 납득이 안 된다. 이러니 혁신학교를 두고 ‘전교조 거점’이라느니, ‘좌익혁명전사 양성소’라느니 하는 극단적 비판마저 나오는 게 아닌가. 선택권도 갖지 못한 채 이런 학교에 배정받는 학생들은 또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곽 교육감은 혁신학교의 과도한 전교조 교사 배치를 당장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학생은 안중에도 없는 교육 공급자 중심의 불합리하고 위험한 교육실험 발상을 당장 거둬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전교조 학교’를 선택할지 여부를 학생·학부모에게 맡겨라. 학생들은 강제로 이리 몰리고 저리 몰려야 하는 실험실 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