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옵션쇼크’부당이익 … 이번엔 어물쩍 안 넘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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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중앙지검은 24일 한국 도이치증권 등의 ‘11·11 옵션쇼크’ 사건을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한국거래소도 25일 시장감시위원회를 열어 제재금을 물릴 예정이다. 제재금 규모는 그간 거래소가 회원사에 부과한 최고액 2억50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23일 한국 도이치증권을 검찰에 고발하고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2월 24일자 8면>


 금융위원회가 밝힌 지난해 11월 11일 상황은 이렇다. 장중 한때 1976.46까지 올라 연중 최고를 경신했던 증시엔 오후 2시30분부터 이상기류가 흘렀다. “외국인 움직임이 심상찮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동시호가가 시작된 오후 2시50분부터 10분 동안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2조3000억원의 매물이 쏟아졌다. 코스피지수는 1963.03에서 1914.73으로 48포인트나 미끄러지며 장을 마쳤다.

 주식을 사고파는 건 투자자 고유의 권한이다. 하지만 대량 매도로 지수가 급락할 것을 미리 알고 풋옵션(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옵션거래)을 샀다면 불공정 거래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도이체방크 홍콩지점과 뉴욕 도이치증권, 한국 도이치증권 담당자들이 사전에 계획을 세웠다”며 “물량을 한꺼번에 내놓으면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걸 알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풋옵션 매수와 콜옵션 매도 등을 통해 448억7873만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만간 고발된 직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또 독일 도이체방크 본사 등이 주가조작에 개입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사법처리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따른다. 이 사건에 가담한 뉴욕·홍콩 직원들은 미국·영국·프랑스·호주 등의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사전 모의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영국계 펀드회사 헤르메스가 2005년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으나, 공방 끝에 2008년 무죄가 확정된 전례도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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