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세대, 어떻게 이끌 것인가] 출근 첫날이 근속을 결정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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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의 Y세대 비중이 커지며 전문가들이 이들의 특성을 분석한 책을 속속 펴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만약 내가 20대 후반 신입사원을 채용한 고용주라면 그가 출근한 첫날 어떻게 맞아줘야 할까? 자녀만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가? 사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사원 못지않게 이들을 채용한 기업 측도 긴장한다. 고용주는 모처럼 선발한 인재를 기업에 충성하는 일원으로 키워내야 하고, 큰 비용을 들여 뽑은 만큼 이들이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1980년대에 태어난 ‘Y세대’라고 불리는 신세대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들을 어떤 리더십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 설명하는 수많은 책이 출판됐다. 흥미로운 것은 전 세계에서 비슷한 시기 같은 특성을 지닌 세대가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Y세대가 베이비붐 세대 부모 밑에서 자랐다는 것마저 똑같아 우리나라에 적용할 만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Y세대 전문가’이자 스스로도 Y세대인 제이슨 도로시는 수많은 기업의 CEO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세대 갈등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그가 2009년 말 펴낸 책 『Y-size your business』는 『스키니 진을 입은 회사』라는 제목으로 2월 초 번역돼 한국 시장에
도 출판됐다.

도로시는 “Y세대만큼 출근 첫날을 중시하는 세대도 없다”며 기업이 그날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을 강조한다. 사회 경험은 부족하지만 특유의 자신감으로 가득 찬 신입사원에게 첫 출근 경험은 회사 인상에 대한 호불호를 크게 갈라놓는다. 특히 이들을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긴 회의 한 번보다 짧은 메시지 더 자주
도로시는 “모든 조직원이 바쁜 월요일에 신입사원을 첫 출근시키지 말고, 첫날에 대비할 수 있는 e-메일을 미리 보내라”고 조언한다. 선배 직원이 회사 전체를 돌며 소개해주거나, 이름을 외우지 못한 신입사원을 위해 부서원들이 이름표를 다는 등 사소한 배려가 햇병아리 직원에게는 큰 감동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입사 후에도 Y세대는 지속적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도로시는 “짧고 간단한 정보를 자주 제공하라”고 말한다. 신입사원에게 업무를 맡긴 후 간단한 문자메시지나 e-메일을 통해 업무 진행에 차질이 없는지만 물어도 이들이 실수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Y세대는 한 달에 한 번 긴 회의를 하기보다 블로그, 문자메시지, 혹은 짧은 미팅 등 긴밀하고 친근한 방식을 짧게 자주 하는 편을 선호한다.

이들이 칭찬에서 큰 의미를 찾고 성과에 대한 보상에 민감하다는 점을 동기부여에 활용할 수 있다. 상패나 기념시계 같은 매력 없는 보상은 그만두고 신입사원들이 진짜로 원하는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도로시는 이런 사례 중 하나로 한 회사가 ‘이달의 직원’을 뽑아 한 달간 최고급 차량을 몰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을 꼽았다. 필자는 “Y세대는 30분 일찍 퇴근할 수 있다면 점심도 거르며 일한다”며 “금요일에 30분 일찍 업무를 마치는 방법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한다.

일본에서 유명 기업을 상대로 사원연수와 컨설팅,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우치다 가즈토시는 자신의 저서 『Y세대 사원 사용설명서』에서 중간관리자를 위한 팁을 내놓았다. 상사는 ‘애정이 담긴 엄격함’으로 신입사원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우치다는 “젊은 사원들이 엄한 가르침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단을 맞는 정도로 쉽게 회사를 그만두는 사원은 어차피 오래 있지 못한다”고 다소 냉정하게 말한다. 입사 1~2년 차를 가리켜 우치다는 ‘골든 에이지(golden age)’라고 부른다. 이 시기의 엄격한 가르침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통 취업이 어려운 불경기에 채용된 신입사원들은 입사하자마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것을 종용 당하게 된다. 그러나 우치다는 어느 기업 인사부장으로부터 “아웃풋(out put)을 원한다면 먼저 제대로 된 인풋(in put)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초 지식을 초기 단계에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며 이는 신입사원이 성장한 후 내공으로 발현된다는 뜻이다.

현실과 감정 사이 담을 쌓아줘야
우치다는 “부하 직원을 키울 때 ‘과수원 법칙’을 적용하라”고 권한다. 농작물을 키우듯 시간과 끈기를 들이고, 나무 종류마다 열매 맺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작물마다 비료를 뿌리는 시기와 양도 다르듯 성과에 대한 보상도 각각 다르다는 의미다. 나무를 키우는 노력처럼 중간관리자는 신입사원 육성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진행해야 한다. 저자는 “지식과 경험은 시간, 노력에 비례해 증가하지만 사람은 계단을 오르듯 단계적으로 성장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은 때로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경력사원을 신입사원보다 선호한다. 그러나 우치다는 “가능성이 기대되는 신입을 뽑아 기업 비전에 맞춘 꾸준한 교육과 관리를 통해 ‘프로퍼(proper)’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퍼 사원은 40년간 기업의 전력이 될 수 있는 데다 조직 특유의 팀워크를 위해서도 이들은 절실한 존재다. 기업의 지속적 발전이 여기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이 Y세대의 심리적 저변을 이해하고 쓴 책도 있다. 니콜 립킨과 에어프릴 페리모어, 이 두 심리학 박사는 교수이자 컨설턴트, 코치로서 신세대의 세계 속을 들여다보고 이들을 이끌어갈 방법을 『Y세대 코칭 전략』이라는 책으로 정리해 펴냈다. 이들은 신세대의 성장 배경과 심리적 건강에 대해 살핀 후 나름의 진단을 내렸다.

혹시 신입사원이 자신의 실연을 이유로 집에 틀어박힌 채 결근계를 제출한 적은 없는가? 많은 Y세대가 사생활 문제로 정서적으로 휘둘리며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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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스트레스와 어려움에 대처하는 스킬이 부족하며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높은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 자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반대로 이들이 자신의 정서를 잘 표현하고 남의 도움에 대해 개방적이라는 점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 Y세대의 ‘기분 관리’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들은 “어려움을 이해해주되 변명은 받아주지는 마라”고 말한다. 어려움과 문제를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과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 핑계를 대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라는 것이다.
감정 문제로 이들이 벽에 부닥칠 때면 관리자는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요즘 기분과 생각이 어떤지, 왜 그런 기분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만약 당신 친구에게 같은 일이 있었고 당신에게 그 이야기를 해준다면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 빠져드는 젊은 세대가 현실과 감정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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