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붕괴되는 일본 민주당과 독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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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일본 민주당이 내부 분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직접적 원인은 2009년 8월 말 정권교체를 이루어냈을 당시에 공표한 아동수당 등 몇 가지 핵심 공약을 폐기하려는 현 간 나오토 내각에 맞서 민주당 내에서 오자와파를 중심으로 반대파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공약을 지키지 않는 민주당은 자민당과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 분출하고, 심지어 간 총리 측 인사들조차 간 총리 비판을 하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도 ‘간 총리가 민주당 노선을 망가뜨렸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또한 공약 폐기에 반대하는 민주당 국회의원 16명이 새로운 당내 모임 출범을 선언하고 간 총리 퇴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일본 국민은 2007년 아베 전 총리 퇴진부터 시작된 일본 총리의 1년 이내의 퇴진 현상이 간 총리까지 이어질까 불안하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당연히 내각 지지율은 20% 이하로 떨어지고 말았다. 민주당 정권은 출범한 지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간 총리를 비판하는 배후인물로 지목된 오자와 전 간사장은 공공연히 간 총리를 비판하고 있다. 그가 민주당 내 오자와파와 자민당·다함께당 등을 연대시켜 정계를 개편하겠다는 시나리오를 가동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그런데 금전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결국 민주당의 내부 대립이 민주당 정권이 민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간 총리 자신은 ‘절대 사임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사실 지금 당장은 눈앞에 다가오는 선거가 없으므로 간 총리로는 민주당이 승리할 수 없으니 총리를 바꿔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세우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또 간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거를 실시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렇게 할 경우 현재의 민주당으로서는 정권을 뺏길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 총리로서는 가능하면 퇴진을 끌면서 지지율 상승을 노리는 작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권을 민주당에 넘기기 전에 자민당의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쓴 작전을 현재 간 총리가 되풀이하는 꼴이지만 결과적으로 아소 정권은 총선에서 대패했다. 결국 현재 일본 정부는 외교나 민생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당내 대립으로 국민의 지지율을 저하시키는 최악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는 3월 말이면 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재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할 예정인데 집권당이 이 같은 상황이라면 검정 문제는 실무진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과격한 표현을 써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들이 줄을 이어 검정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한·일관계가 후퇴하는 현실을 다시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로서는 한국 정부나 국민 모두가 일본 민주당이 제대로 외교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하고 교과서 문제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