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정원 3차장, 왜 자꾸 물의 빚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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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침입했던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어설픈 행동이 빚은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일을 저지른 국정원의 담당 부서는 무리한 활동으로 이런저런 소동에 자주 휘말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정보원은 1년여 전 조직 개편을 통해 1, 2, 3 차장의 담당 업무를 대폭 조정했는데 유독 3차장 산하의 부서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리비아 관계가 한때 국교 중단 직전까지 갔던 일도 3차장 산하 요원의 무리한 활동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기업 비밀에 속하는 투자계획서 등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등 과도한 업무 간섭으로 원성을 사는 일도 잦다고 한다. 더욱이 김남수 3차장은 지난 연평도 피격 사건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에 떨어진 K-9 자주포 포탄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북한의 서해 5도 공격 징후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발언함으로써 논란을 빚은 일도 있다.

 어느 나라든 정보기관의 활동은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자주 말썽을 일으키는 정보활동이라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나 중앙정보부는 국가 안보보다는 정권 안보에 더 매달리고 고문이나 불법 도청 등 각종 인권 침해 행위를 저질러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국정원은 개혁 바람에 휘말렸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참담한 지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구 정권에 가까운 사람들을 대거 쫓아내고 새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중용하는 인사가 되풀이되면서 정보기관으로서 전문성은 갈수록 저하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부 갈등만 커지고 대외적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업적을 과장하는 등으로 물의만 빚고 있다. 샘물교회 신도들의 탈레반 납치 사건 당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현장 요원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국가 안보의 첨단에 선 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공정한 개혁이 절실하다.